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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왜 휴가 쓰면서 죄책감 느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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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댄 린 익스피디아 아태지역 CEO는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한국에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회사 로고가 새겨진 여행가방과 마스코트 곰 인형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박종근 기자]

20~30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비자 발급부터 일정을 짜고, 현지 호텔을 예약하는 것까지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났다. 그러던 것이 이제 꽤 만만해졌다. 수많은 여행사와 온라인 여행 사이트 덕에 준비 과정이 편해졌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게 큰 이유다. 국내든 해외든, 짧든 길든 여행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누구나,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삶의 한 부분이 됐다. 최근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댄 린 대표는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Expedia)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경영자(CEO)다. 원래 쾌활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바로 지금 ‘여행 혁명(travel revolution)’이 일어나고 있다”며 흥분감을 드러냈다.

●왜 여행 혁명인가.

 “아시아 지역이 특히 그렇다. 첫째, 부(富)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여행에 돈을 쓸 수 있게 됐다. 둘째, 세계적으로 저가항공사와 저가호텔들이 많아져 여행경비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셋째, 온라인 여행사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이제 막 시작단계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여행’이란 걸 그 어느 때보다 친숙하게 느끼고 있다.”

●한국엔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엔 접근성이 좋아졌다. 20년 전만 해도 해외에 나가면 국내 뉴스를 알 수 없었다. 돌아와 보면 우편물이나 청구서가 잔뜩 쌓여 있고…. 지금은 인터넷으로 실시간 국내 뉴스를 볼 수 있고, 휴대전화로 언제든 전화를 걸 수 있다. 사실 이 스마트폰 때문에 여행 중에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너무 많이 하고 있다.(웃음) 웬만한 공항에는 호텔로 가는 교통수단이 있고, 여행사들은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한다. 여행이 주는 낯섦과 심리적 불안이 많이 사라졌다.”

●한국인들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워커홀릭(일 중독자)도 많다.

 “최근에 ‘휴가 박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봤다. 1년에 휴일은 며칠인지, 그중에 실제 쉬는 날은 얼마나 되는지, 쉴 때 휴대전화는 꺼 놓는지, 상사에게 쉴 권리를 요구하는지 등등. 불행히도 한국은 가장 휴가 박탈이 심한 나라였다. 휴가 일수도 적고, 그걸 쓰지도 못하고, 쓰더라도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조언 하나 해도 될까? 휴가를 받아들여라. 잘 쉬는 근로자들이 생산성도 훨씬 좋다는 증거는 식상할 정도로 많다.”

 익스피디아는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여행사업부로 세워졌다가 아예 독립해 나왔다. 그만큼 온라인 여행 수요가 많았고 장사도 잘했단 소리다. 전 세계 24개국 3만 개 도시에 14만5000개 호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매출은 2010년도 기준으로 266억 달러(약 30조원), 한 달에 방문자만 80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7월. 당시 국내 1, 2위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이 ‘글로벌 공룡’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고 합작사를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익스피디아가 무슨 뜻인가.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expedition(탐험, 원정)’이란 단어가 떠오르지 않나? 우리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도록 응원하려고 한다. 그걸 신속히 처리해(expedite)준다는 의미를 붙일 수도 있다.”

●특별한 강점이 있나. 이미 온라인 여행사는 많다.

 “우선 단순함, 이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 할머니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예약 시스템을 만드는 거다. 간단한 건 언제나 매력적이다. 사실 단순할수록 뒤로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고 온라인 비즈니스 경험도 중요하다. 우리는 15년의 경험이 있다. 전 세계 9500명의 직원이 매일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하고 더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게 다듬는다. 둘째, 그 사람에게 제일 좋은 가치를 찾아준다. 여행 마지막 날에 사람들은 좋았는지 어땠는지 평가를 내리는데 그 기준(가치)는 개인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다른 가치를 어떻게 찾아주나.

 “자기 여행을 자기가 조절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나는 한밤중에도 아내와 친구들과 상의하고 수정하고 확인하는 그런 여행이 좋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중요하다. 기존에 여행사 직원들이 보던 모니터를 돌려서 고객들이 보게 하는 일. 더 간단하면서 더 민주적인 일이다.”

●익스피디아에선 호텔·항공 예약만 할 수 있나.

 “호텔과 항공은 물론 차 렌털이나 일일 활동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에선 아직 호텔과 항공 예약만 되지만 단계별로 다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패키지 상품은 결코 아니다. 사람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것만 하게 하는 게 목표다.”

●한국에 진출한 지 9개월인데 반응은 어떤지.

 “예상보다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웃음) 현재 가장 큰 과제는 회사 알리기다. 일단 한번 이용해 보면 좋아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일본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 5년이 걸렸지만 한국에선 더 단축될 것 같다. 특히 한국어 버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정보와 사진을 보면서 바로바로 예약도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한국 호텔을 예약할 수도 있나.

 “물론이다. 지금 계속 더 많은 호텔을 추가하고 있다. 성수기에도 좋은 호텔을 공급할 수 있게.”

 익스피디아는 호텔 이용객들이 쓴 사용후기로도 유명한데 보유 데이터만 6000만 건이다. 또 모든 호텔에 최저가보상제를 적용해 타사의 가격이 더 낮다면 차액과 함께 20%의 할인 쿠폰을 준다. 호텔 가격을 흥정하는 내부 직원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같은 가격으로 호텔을 내 놓기 때문에 국내 성수기에도 요금이 더 오르지 않고 취소해도 위약금이 없다는 점은 솔깃하다.

●호텔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정직함이 제1의 기준이다. 2성급 호텔은 기본적인 방 크기에 깨끗한 시트가 깔린 침대면 된다. 여기에서 5성급 호텔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된다. 소비자들은 아주 현명하다. 호텔의 ‘진짜’ 사진과 정직한 이용후기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가장 잘 맞는 걸 고르게 돼 있다. 우리는 정보의 정직함만 체크해서 평가하면 된다.”

●최저가보상제를 강조하던데 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물론이다. 최저가란 값싼 경험이 아니라 ‘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뜻한다. 5성급 중에서 최고, 2성급 중에서 최고란 말이다.”

●한국의 여행시장을 어떻게 보나.

 “지금 아시아 뉴마켓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우리의 전략 지역으로 보기 때문에 투자도 공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한국 경제 발전에 평생을 바친 어르신들도, 일만 하던 중장년들도 이제는 은퇴하고 여행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아직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사람은 전체 여행객의 20% 정도다. 몇 년 뒤면 중국에 이어 가장 큰 여행 시장이 될 거다.”

●당신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

 “내 삶의 내용물을 교체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과 일상에서 벗어나 컴퓨터와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지인들과의 유대감은 키우는 거다. 또 여행은 나를 출발점으로 돌아가게 한다. 세상을 이해하게 해 준달까. 각자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어젯밤에도 명동 거리를 걸으면서 한국 남성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학교를 다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러면 사람들은 어디든 참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얼마나 많은 걸 공유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CEO라서 휴가를 보낼 시간도 없지 않나.

 “모든 사람은 어떻게든 휴가를 보낼 시간이 있다. 나 역시 금요일 오후까지는 열심히 일하지만 주말은 휴일로 보낸다. 이건 이미 라이프 스타일이다.”

●기억에 남는 휴가지는.

 “말레이시아 동쪽 해변에는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섬이 많다. 필리핀의 팔라완도 조만간 다시 가보고 싶다. 물 아래 동굴이 있는데 정말 환상적이다. 서울도 더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 이번에 아내가 같이 왔는데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패셔너블’하다고 감탄하고 있다.”

●잘 노는 법이 따로 있을까.

 “일을 완전히 잊는 게 핵심이다. 인수인계만 잘하면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휴대전화든 컴퓨터든 다 꺼라. 여행 중에 한가하고 느긋한 걸 참을 수 없다면 뭔가 다이내믹하고 모험적인 활동을 하면 된다. 하이킹을 하거나 골프를 치거나 수상 스포츠를 하면 일 생각은 할 틈이 없을 거다. 휴가를 흐지부지 보내다가 일터로 돌아가면 마음은 여전히 따분하고 지루한 상태로 남는다. 다시 활기차게 일하려면 당신 속을 뭔가 다른 걸로 채워놔야 한다. 현대 근로 환경은 모든 게 너무나 긴밀히 접속·연결돼 있다. 우리에겐 스위치를 꺼둘 시간이 필요하다. 안 그런가?”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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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예약하거나 아주 늦게 하라

2~3개월,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원하는 호텔을 쉽게 예약할 수 있고, 호텔별로 조기 예약자에게 주는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여행일을 1~2일 앞두고 ‘막차’를 타도 갑자기 예약 취소한 땡처리 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불안한 감은 있지만 호텔비를 아끼는 게 목적이라면 노려볼 만.

최저가를 보장하는지 확인하라

요즘엔 호텔 전문 예약 사이트, 여행사들끼리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가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최저가 보상제가 적용되는 곳에서 예약하는 게 좋다. 단 예약과 동시에 결제하는 만큼 믿을 만한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비수기를 노려라

국내 최대 성수기인 6~8월, 12~2월은 예약도 어렵고 가격도 높다. 부득이 이때밖에 없다면 성수기에도 일반 요금을 받는 곳을 찾아라.

인터넷 뉴스레터를 살피자.

호텔 예약 사이트나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에는 호텔 특가 세일이나 마케팅 상품 등 각종 정보가 풍부하다. 대부분 온라인에서 회원 가입만 하면 정기적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가입 즉시 할인쿠폰을 주기도 한다.

예약 사이트나 여행사로 예약하라

아무래도 호텔에 직접 예약하는 것보다 싸다. 특히 이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확인할 수 있어 원하는 호텔을 고르는 데 참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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