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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화 앞둔 홍채인식 기술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를 쳐다보기만 해도 사용자 안구 속의 홍채를 인식해 접근이 허가된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시대가 개막된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런 기술이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에서도 금융권 등 여러 분야에서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 각 분야가 인터넷에 거미줄처렴 연결되면서 기업의 정보유출이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보보안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지문, 홍채, 얼굴 등을 이용한 생체인식(biometrics)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문인식의 경우 국내에만 10여개 업체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빠르면 내년초부터 인터넷 서비스나 금융분야에 이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반면 홍채인식은 기술 개발이 지문인식에 비해 훨씬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용화가 더딘 형편.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지문인식 원천기술이 개발돼 내년부터는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채는 눈알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서 동공을 둘러싸고 있는 둥근막으로 두 사람이 같은 모양의 홍채를 가질 확률은 10억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홍채인식은 기술 개발이 어렵지만 가장 완벽한 보안이나 인증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술 개발 현황
홍채인식 분야에서는 미국의 아이리디안(IRIDIAN)社가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93년 홍채인식에 필요한 기본 기술을 개발한 미국의 아이리스캔(IRISCAN)社의 후신.

아이리스캔은 자사의 홍채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ATM(현금입출금기)를 개발해오던 미국의 센사社를 최근 흡수 합병해 회사명을 아이리디안으로 바꿨다.

또한 일본의 오키라는 회사가 있지만, 이 회사 역시 아이리디안사의 원천기술을 받아다가 ATM기 등 금융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아이티켓社가 홍채인식 기술을 이용한 항공기 탑승 시스템을 개발, 미국 항공사 등을 상대로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홍채인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은 출입통제시스템과 ATM기 두 분야에 머물고 있는 상황으로, 홍채인식을 이용한 ATM기는 현재 영국의 일부 은행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LG종합기술연구원이 아이리디안사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지난 9월 홍채인식 장비를 개발했으나, 1천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아이리디안사와 같은 원천기술을 개발, 홍채인식기술에 대한 관심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홍채인식의 핵심 기술은 각기 다른 홍채의 영상을 알고리듬을 이용해 코드로 변환시켜 데이터화하는 것.

여기에 홍채의 영상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고성능 줌렌즈 카메라가 있어야 하며 다양한 분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각종 단말기가 개발돼야 한다.

현재 국내 업체로는 `아이리스''(대표 이승재)라는 벤처기업이 홍채인식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아이리스는 지난 9월 홍채 영상을 알고리듬을 이용해 데이터화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이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홍채의 영상을 12바이트의 소규모 용량으로 데이터화할 수 있어 데이터 용량이 256바이트나 되는 아이리디안 기술에 비해서 뛰어나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

아이리스의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홍익대학교 조성원 교수(전기정보제어공학)는 미국 퍼듀 공대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95년부터 이와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내 놓고 있다.

조교수는 "홍채인식 기술을 전자화폐나, 각종 IC카드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하려면 홍채의 모양을 얼마나 작은 데이터로 담아낼 수 있느냐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또다른 벤처기업인 `알파엔지니어링''(대표 이등구)도 최근 홍채의 이미지를 알고리듬을 이용해 데이터화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네트워크 등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접목해 내년 7월까지 홍채인식을 이용한 보안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아이리텍''이라는 벤처기업도 홍채인식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홍채를 통한 마약진단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용화를 위한 과제
국내 업체들이 최근 홍채인식의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정작 실용화하기 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홍채의 영상을 추출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의 경우 가격이 1천만원 정도로 고가여서 이러한 장비를 갖춘 홍채인식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해도 가격 문제 때문에 대중화되기는 곤란하다.

반면 지문인식의 경우 핵심 장비인 센서가 1백만원 정도로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홍채인식 시스템이 현재로서는 가격경쟁력에서 지문인식 시스템에 비해 뒤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이리스의 이승재 사장은 "홍채인식 기술은 거의 완벽한 보안을 제공하지만 고가라는 점이 큰 장애"라며 "이 때문에 우선 첨단 군사시설, 연구소, 금고 등 특수한 분야부터 사용될 것으로 보이며 기술개발을 통해 개발비용을 낮추면 신용카드등 개인용으로도 사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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