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2 위치추적법안 18대 국회서 폐기될 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2007년 12월 혜진·예슬양 살인, 2008년 12월 나영이 성폭행, 2010년 2월 부산 여중생 납치살인(김길태 사건), 같은 해 6월 서울 초등학생 성폭행(김수철 사건), 그리고 지난 1일 수원의 20대 여성 살인사건. 흉악범죄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1일 밤 10시50분쯤 수원에서 피살된 20대 여성은 경기지방경찰청 112센터에 무려 7분34초 동안 휴대전화 신고를 했다. 경찰은 밤새 엉뚱한 곳을 헤매다 피해자가 살해되고 6시간여가 지난 이튿날 오전 11시50분쯤에야 주민 신고로 살해 장소인 범인 주거지를 파악해 우모(42)씨를 체포했다. 112 신고 이후 13시간 만이었다. 소방서 119와 달리 경찰의 112 신고센터는 자동 위치추적권이 없기 때문에 통화 도중 위치 파악이 안됐다.

 이 문제가 범죄 예방의 사각지대로 지적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동·여성의 112 긴급구조요청에 대해 경찰이 자동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한 ‘위치정보법’ 개정안이 이미 만들어졌지만 4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18대 국회에서도 폐기될 위기다.

 이 법안은 원래 2008년 8, 9월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최인기·변재일 의원이 만들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이었다. “실종 아동과 장애인을 구조하고, 아동을 성폭행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게 제안 이유다. 그런데 2010년 4월부터 같은 민주통합당 출신인 우윤근 법사위원장, 박영선 제2소위 위원장이 사회권을 쥔 법사위에 잡혀 있다.

  법사위 2소위에 법안이 잠자게 된 데는 2010년 4월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의 검찰 출신 법사위원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연장선상에서 통과에 반대한 영향이 컸다. 회의에서 이한성(창원지검장 출신) 의원과 박민식(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의원은 “유괴·납치 피해자의 긴급보호도 수사의 첫 단계이므로 검찰을 거쳐 법원에 영장신청을 해야 한다”며 경찰이 법원의 사후승인을 직접 받게 한 점을 꼬투리 잡았다.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도 “검찰에 경찰 지휘권이 있기 때문에 경찰이 위치정보를 추적하면 검찰에 정보가 넘어가게 된다. 오·남용 소지가 많다”고 문제 삼았다.

  변재일 의원은 19일 “2010년에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권력다툼을 벌이느라 무산됐지만 수원 사건이 터진 마당에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지 않으냐”며 “김진표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상의해 24일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도 “김 원내대표에게 위치정보법은 이번에 꼭 처리하자는 뜻을 전달했다”며 “ 합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안 처리의 키를 쥔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2소위 박영선 위원장이다. 24일 오전 소위에서 법안을 전체회의에 넘겨줘야 여야가 합의한 약사법 등 다른 59개 법안과 처리가 가능하다. 박 의원 측은 “여야 지도부가 먼저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 쪽도 “오·남용 방지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유보 입장이다. 현재 법사위에는 2010년 당시 처리에 반대했던 검사 출신 의원은 모두 빠졌다.

정효식·조현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