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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게임의 법칙 '원칙'으로 U턴하다 [3]

중앙일보

입력

온라인의 승리 맹신은 금물

인터넷 사업은 종래의 사업방식보다 당연히 효율적이리라는 기대도 빗나갔다. 완전히 어긋나진 않았지만 최소한 의심은 받고 있다.

B2C 전자상거래의 경우를 보자. 아마존을 필두로 온라인 상점들이 처음 이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온라인 상점은 비싼 점포를 두지 않고 무한정 재고를 보유할 수 있으며, 고객의 편의를 제공한다. 고객이 거래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아울러 미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로 단번에 뻗어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상점이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이라는 주장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아마존이 고전하고 수많은 온라인 업체들의 실패가 이어지면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효율성 면에서 기존 소매점들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온라인 상점들이 창고와 고객관리센터를 운영하는 데 엄청난 돈을 투입하면서 전자상거래라는 이름은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인터넷 및 카탈로그 업무를 전담하는 노드스트롬닷컴의 사장 겸 CEO 댄 노드스트롬은 “온라인 소매가 반드시 더 효율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점포판매와 카탈로그 판매의 차이는 비용이 얼마인가보다는 비용이 어디에 쓰이는가에 있다. 점포판매의 경우 점포와 점원이 필요하지만 카탈로그 판매에는 배달과 고객관리센터가 필요하고 카탈로그 인쇄 및 발송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결국 “카탈로그 소매와 점포 소매의 영업 이익은 엇비슷하다”는 것이 노드스트롬 사장의 주장이다.

물론 인터넷을 활용할 경우, 카탈로그 인쇄비와 발송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도입과 사이트 디자인에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온라인 소매의 영업 이익이 짭짤할 경우에는 경쟁업체가 속출해 결국 영업 이익은 다시 줄어들 것이다. 뉴욕大 스턴 경영대학원의 야니스 배커스 교수는 이같은 온라인 판매방식에 대해 “효율성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지만 경쟁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들면 그 효과는 상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래의 생산성 개념으로는 잡아낼 수 없지만, 전자상거래가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배커스 교수는 “소비자 차원에서 생산성 향상을 측정하기는 아주 어렵다”면서도 “정확하게 계량할 수는 없지만 제품의 다양성, 품질, 쇼핑의 편의성 등이 눈에 띄게 좋아져 소비자가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한 단면을 반영하는 지적이다.

다양한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향후 온라인 쇼핑의 확산을 전망하는 것은 온라인 쇼핑이 창출하는 이런 ‘보이지 않는 가치’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 소매점과 영업 효율성 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온라인 상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99년처럼 닷컴 기업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생겨나는 일은 없겠지만 새로운 온라인 상점들이 파고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미디어 업계도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더 저렴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상품 보급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미디어 업체들은 일단 작품을 만들면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용자를 계속 늘려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제작비는 많이 드는데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길 망설였다. 그 바람에 온라인 미디어는 현재 가장 고전하는 인터넷 사업에 속한다.

신생 콘텐츠 제공 사이트는 홍보와 지속적인 방문객 유치를 위해 매일 엄청난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웹사이트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하므로 편집비 부담도 가중된다. 인터넷은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과연 배너 광고가 잡지의 화려한 컬러 광고만큼 효과적으로 독자를 유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라디오와 TV를 등에 업은 거대 미디어 사이트만이 주목을 받을 수 있고 광고도 그쪽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MSNBC닷컴의 메릴 브라운 주간은 “두어 건의 실패 사례가 크게 보도되면서 불행하게도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며 “게다가 시장까지 부진의 늪에 빠져 콘텐츠 사이트들이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여전히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닷컴, 인터넷만으로 버티기는 무리

킨닷컴 CEO 칼 제이콥은 최근 확보한 42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억 900만 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더 이상 현실세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았다. 한때 그들은 오프라인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규칙이 달라지고 오프라인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많은 온라인 업체들이 오프라인 거인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다. 물론 실험적인 태도로 혁신에 힘쓰고 영업과 효율을 중시하는 닷컴 기업들에게는 승산이 있다.

아마존의 예를 보자. 아마존은 작년 한 해 거의 한 달에 한 건꼴로 새로운 사업을 벌였고 전국에 물류창고를 지었다. 그 과정에서 아마존은 대다수 오프라인 업체들이 생명처럼 중시하는 신중한 재고관리 원칙을 등한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월가 투자자들의 압력에 못 이겨 꼼꼼한 재고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매출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려 애쓰고 있다. 완구 체인점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사업부인 토이저러스닷컴과 제휴관계를 맺음으로써, 아마존은 순수 온라인 판매가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 됐다.

신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새로운 닷컴 기업을 낳는다.

야후 역시 핵심 닷컴 광고주들 일부가 경영위기에 봉착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닦달당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 압력에 못 이겨 다각도로 수익확충을 꾀하고 있다. 1억6600만 명에 달하는 야후 사이트 방문객들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통적인 광고 마케팅 기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며, 반스&노블, 니먼 마커스, 펩시 같은 굴지의 제조업체 및 소매업체와는 쌍방향 마케팅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었다. 또한 P&G,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의 온라인 행사를 주관하는 웹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수익원 다변화라는 점에서 야후가 아직 AOL에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다.

순수 온라인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오프라인 금융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E트레이드다. 오프라인 영업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이 업체는 고객들이 E트레이드를 통해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난 3월 미국 48개 주에서 8500대의 자동현금지급기(ATM)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9월에는 소매 체인점인 타깃(Target) 매장 안에 자주 활용할 수 있는 E트레이드 존을 설치했다. 반응이 좋을 경우 이 시스템을 미국 전역의 타깃 체인점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이 업체의 계획이다. E트레이드는 컨설팅 업체 언스트&영과 합작으로 전문 온라인 금융 컨설팅에 나서는 한편 내년 1월부터는 뉴욕 지점에 소매금융 전문 중개인을 상주시킬 계획이다. 회사 경영진은 전문 금융 중개인을 내세워 미국 전역의 가정을 대상으로 전화상담까지 한다는 장기전략을 진행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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