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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강력한 대북 독자 제재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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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로클리어

미국이 달라졌다. 대북한 정책의 결기가 과거와 다르다. 북한의 로켓(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 후 대화론은 완전히 자취를 감춘 채 압박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이 채택된 1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독자 제재 방침을 밝혔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분명하게 말하지만 매우 강력한 독자 제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을 통한 다자 제재와 함께 (미국의) 독자 제재 방안을 찾고 있다”며 “기존 제재의 강화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이번 발사로 북한은 고립이라는 구덩이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북한이 기존 행태를 이어가는 한 대화의 문은 계속 닫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북한의 새 지도부는 이제 명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정책을 재평가하고 자국민을 부양하고 교육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달라진 대북 접근법은 비공개적인 언행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전후해 만나본 백악관·국무부·의회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이제는 북한을 상대하는 정책이 달라져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대화론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일회성 대화나 협상보다 북한 인권과 민생 문제 등 본질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13일 밤 두 시간여 만에 나온 백악관의 성명엔 “북한은 주민들이 굶주리는 동안에도 무기 과시와 선전을 위해 돈을 낭비했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하루 뒤 “주민들이 굶주리는 동안 작동하지 않는 로켓에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일종의 “게임 체인지(game change), 또는 국면 전환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미사일과 핵을 매개로 한 북한의 흥정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외교뿐이 아니다. 새뮤얼 로클리어(57)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17일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 9일 태평양사령관에 취임한 뒤 동북아지역 순방차 15일 방한한 그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1994년 때 등장했던 북한 군사시설에 대한 정밀타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all options)을 강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미 7공군과 7함대 등을 관할하는 지휘관이다.

 로클리어 사령관은 또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의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전력의 일부를 한국에 이동시켜 전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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