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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세대 간호·가사 로봇 속속 개발

중앙일보

입력

나이 지긋한 일본의 다나카씨가 출근을 하기 위해 방문을 나서는 순간 뒤에서 들리는 다정한 목소리-.

"다나카상,심장약은 챙기셨나요?"

'아 참,그렇지-.' 다나카씨는 자신의 건망증을 원망하며 심장약을 챙겨 서둘러 일터로 향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굴까. 자신을 돌보는 간호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인도 아니다. 집에서 기르는(?)애완 로봇이다. 황당한 얘기로 들릴 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내년이면 이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난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 최근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최근 놀랄 만한 기능을 갖춘 차세대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단순한 산업 로봇 차원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을 갖추고 사람과 대화하면서 감정까지 표현하는 로봇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내년 양로원 사업에 뛰어드는 마쓰시타 전기는 현재 1천5백만달러를 들여 양로원을 짓고 있다. 마쓰시타 전기는 이곳에 인공지능을 갖춘 이른바 스마트 로봇을 들여 곧 입주할 1백여명의 노인을 돌보게 할 계획이다.

'타마피'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24시간 근무하면서 노인들의 시중을 들게 된다. 노인들이 기상하자마자 하루 일정을 챙겨주고 건강도 체크해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응급센터에 연락하게 된다.

"지난 10여년간 (첨단)로봇에 대해 많은 연구와 개발을 해왔습니다. 이제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도쿄대 산업공학연구소에서 로봇 연구에 매진해온 이케유치 가츠시 교수의 말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2002년까지 모두 37만개의 산업 로봇을 확보해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같은 기간 미국은 12만개, 영국은 1만5천개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산업로봇 분야에서의 이같은 압도적 우위를 토대로 이제 오락 및 가사용, 특수목적용 로봇시장까지 석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로봇의 기계구조적 측면에서라면 몰라도 창조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미국 등에 뒤져있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미국이 80년대와 90년대에 개발한 최첨단 로봇기술을 군사·우주개발 목적에 응용하느라 바쁜 사이에 일본은 일반 소비자용 로봇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결국 미국을 따라잡았다.

미 UCLA의 마이클 다이어 교수는 "일본은 지난 십수년간 로봇 연구에 집중 투자한 덕분에 오늘날 산업용·상업용 로봇기술 부문에서 세계 최선두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TV에서는 최근 이색적인 광고 하나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우주인 복장을 한 돌격전사가 뉴욕 지하철 출구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었다. 시청자들은 사람이 우주복을 입고 연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전사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제조업체로 알려진 혼다가 개발한 'P3'라는 두발로 걷는 첨단 로봇이었다. 단순히 걷는 정도가 아니라 균형도 잡고 방향감각도 갖추고 있다.혼다의 요시노 히로유키 최고경영자는 "걷는 로봇은 자동차산업 응용기술의 백미"라고 자랑했다.

전자업체인 소니는 최근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출시해 히트를 쳤고,NEC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움직이는 물체에게 말을 거는 애완용 로봇 'Rl00'을 내놓았다.

'Rl00'은 컴퓨터로 들어오는 e-메일을 읽어주거나 TV·오디오 기기의 볼륨까지 조절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갖추고 있다. 어항 속에 넣어 '기를' 수 있는 로봇 물고기(미쓰비시 중공업)와 해파리 로봇 '젤리 피시'(다카라)도 개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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