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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마음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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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배영대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올해는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선생이 태어난 지 250년이 되는 해인데, 250이란 숫자보다 더 의미가 각별한 것은 두 차례의 중요한 선거가 겹친 점일 게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일이 목민관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강조했던 다산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것이다. 18년 유배생활에 남긴 500여 권의 방대한 저술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책이 『목민심서』다.

 4·11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던 지난 7일,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유적지에서 봉행된 다산 묘제(墓祭)는 그가 제시한 목민관의 길을 되새겨보게 한 뜻깊은 자리였다. 전통적으로 백성 다스리는 것을 ‘목(牧)’이라 했으니, ‘목민(牧民)’이란 곧 정치다. 『목민심서』의 제목에 ‘심서(心書)’를 쓴 이유를 다산은 서문에 적어놓았다. 목민의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라고 이름 붙였다고 했다. 유배생활을 하는 처지이므로 마음밖에 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다산이 ‘심’자를 적어넣을 때의 그 마음은 무엇일까. 마음은 느끼는 것이다. 정치가 절실히 필요했던 당시의 현실을 다산은 이렇게 적어놓았다. “지금의 지방장관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백성을 다스려야 할 것인지는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피폐해 서로 떠돌다가 굶어죽은 시체가 구렁텅이에 가득한데도 지방장관들은 한창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우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김상홍 편저 『다산의 꿈, 목민심서』)

 다산 시대의 현실과 오늘의 현실은 다를 것이다. 세월은 흐르고 현실도 변화하지만 “공직자는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했던 다산의 지적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목민의 길은 다름아닌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움에 빠진 이를 도우려는 마음,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등. 이번 4·11 총선 과정에 정파 간 공방전을 보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서 잊혀진 아름다운 전통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단절로 치자면 다산이 심자를 적을 때와 같은 그런 마음이 사라지는 현상이 가장 우려할 만한 단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사라진 채 구호만 난무하는 것 같다. 목민관은커녕 일반인의 상식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행태들이 정파와 진영의 장벽 뒤에 숨어 활보한다.

 리더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다산은 밝혀놓았다.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그 반이요, 반은 백성을 다스리는 것(牧民)이다.” 『목민심서』는 목민관 자신이 몸을 어떻게 닦아야 하는지를 밝힌 책이기도 하다. 목민관 수신의 요체는 청렴이다. 청렴이란 목민의 기본 임무며 모든 선의 원천이요 모든 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다산의 말이다. 수신 따로 목민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수신이 곧 목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