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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은행…ELD, 주가 움직임 맞추면 10%대 고수익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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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자산가들에게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동산시장이 몇 년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가 오르곤 있지만, 여전히 널뛰기가 심하고 삼성전자처럼 ‘되는 종목’만 올라 따라가기도 겁난다. 이래저래 그래도 믿을 곳은 은행 밖에 없다고 보고 예금성 상품에 돈을 묻어두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다. 너무 싸진 예금금리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지만, 은행들은 이런저런 부가 기능을 붙여 조금씩이라도 이자를 더 쳐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금융 상품을 몰아 가입하거나 급여를 이체하는 등 발품을 팔면 짭짤한 우대 금리도 챙길 수 있다. 안정성을 최고 미덕으로 꼽는 당신을 위해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봤다.

카드·보험 한곳에 몰면 최고 1.5%p 우대 금리
은행 패키지 상품

고금리 상품 찾느라 이 은행 저 은행을 기웃대려니 힘들다. 광고만 보고 찾아갔더니 금리 우대 조건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런 고민에 빠졌다면 패키지 상품을 권한다. 은행들이 최근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분야다.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카드·보험·펀드 등 여러 금융 상품을 한 은행에서 몰아 가입하면 금리 혜택을 받는 게 패키지 상품이다. 이를 전제로 우대 금리를 약속하는 것이다. 개중에는 연 5%가 넘는 고금리로 고객을 유혹하는 상품도 출시됐다.

 NH농협은행의 ‘행복채움 뉴하모니팩’이 대표적이다. 이 은행의 채움카드를 연 200만원 이상 쓰거나 적립식 펀드, 보험 등을 자동이체할 때마다 0.1~0.3%포인트씩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자유적립식 상품인 뉴하모니팩 콤보적금의 경우 1년 만기 기본 금리가 3.83%. 여기에 거래 실적에 따른 우대 금리를 최고 1.2% 적용받고, 적금 첫 가입금액 50만원 이상(0.15%), 만기 납입 예금액 1000만원 이상(0.15%) 등의 조건으로 금리 우대를 추가 적용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1년 만기 기준으로 금리가 최고 5.33%까지 올라갈 수 있다. 우리은행의 아이터치우리통장도 패키지 상품의 일종이다. 100만원 이내 소액에 대해선 3.5%의 높은 금리를 주는 입출금 통장이다. 단 우리그린카드의 결제 계좌로 등록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신한은행의 ‘월복리 적금·정기예금’은 이 은행의 직장인 통장으로 급여를 이체하는 이들에게 혜택을 준다. 급여만 이체하면 월복리 적금에 0.3%포인트, 정기예금에 0.1%포인트의 금리를 얹어 준다. 3년제 월복리 적금의 기본 금리가 연 4.5% 인데 여기에 0.3%포인트의 우대 금리 등을 적용하고, 이를 단리 기준으로 환산하면 금리가 5.03%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까다로운 조건없이 우대 이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게 패키지 상품의 장점”이라며 “소액을 모아 종잣돈을 마련하려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가입 시점, 판매 한도 정해져 … 신문 기사 잘 챙겨야
특판?회전예금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금리가 아니다. 은행이 창립 기념일 등을 맞아 내놓는 특판 예금만 잘 챙겨도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다.

 가입 시점이나 판매 한도가 정해진 것이 특판 상품의 특징이다. 자주 신문이나 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상품 정보를 챙겨야 하는 이유다. 일부 특판 상품은 VIP 고객들에게만 소개되기도 한다.

 산업은행이 창립 58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KDB 공동가입 정기예금’은 5월 말까지만 판다. 2조5000억원 이상 판매되면 조기 종료한다. 특징은 전체 가입금액에 따라 적용 이율이 달라진다는 것. 가입액이 8000억원 미만이면 금리가 4.3%이지만 1조2000억원을 넘으면 4.4%까지 챙겨준다.

 씨티은행은 이달 말까지 ‘오! 놀라운 씨티’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기간 중 ‘참 똑똑한 에이플러스 통장’에 가입한 고객에겐 31~120일 입금액에 대해 최고 연 5%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다.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직장인보다 여윳자금을 운용하려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외환은행은 창립 45주년을 맞아 ‘KEB 나눔예금’에 대해 0.3~0.5%의 우대금리를 주는 특판에 들어갔는데, 판매액이 1조원을 돌파하면 행사가 조기에 끝난다.

 불안한 시장 상황에서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라면 은행 회전식 정기예금을 주목할 만하다. 1·3·6개월 단위로 회전 기간을 설정해 회전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해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1년 정기예금 이자가 4% 남짓인 데 반해 3개월 이자가 은행마다 3.3~3.8% 수준. 우리은행 박승안 PB는 “시장을 지켜보면서 단기 자금을 굴릴 수 있다는 매력을 감안하면 금리 경쟁력이 있는 셈”이라고 소개했다. 신한은행의 ‘탑스회전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우리원 회전식 복리 외화예금’ 등도 여기에 속한다.

원금 보장 매력적 … 증시 나쁘면 수익률 1% 안팎
주가지수연계예금

예금 금리는 성에 차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식형 상품에 돈을 넣기도 꺼림직하다면 주가지수연계예금(ELD)을 주목할 만하다. 은행권 금융 상품 중에서 가장 수익성을 내세우는 상품이 바로 ELD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파생형 예금 상품이다. 기본적인 예금 이자을 바탕에 깔고 주가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ELS와의 차이점은 원금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투자금의 대부분을 정기 예금으로 넣어 기본 이자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금액만 파생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주가 방향을 맞추지 못해도 정기 예금 이자로 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안정성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신한 PWM 서울파이낸스센터의 이관석 팀장은 “ELD 상품은 ELS와 달리 원금이 보장되는데다 5000만원 한도에선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있다”며 “원금 보장을 철칙으로 삼는 투자자라면 정기 예금의 낮은 금리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일정 비중을 보유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원금 보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최대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에도 한계가 있다. 시장 상황이 나쁠 땐 수익이 1% 안팎으로 줄어들어 사실상 원금만 돌려받는 경우도 생긴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수수료가 원금의 2~10%로 높은 것도 단점이다.

 최근엔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모두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도 설계됐다.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판매한 ‘양방향 코스피 200지수 연동정기예금 3호’가 대표적이다. 코스피200 지수가 장중을 포함해 기준 지수보다 25% 이상 오르면 지수 상승률에 따라 최고 연 11.55%의 수익을 내게 설계됐다. 반대로 코스피지수가 20%까지 하락할 경우에도 하락률에 따라 최고 연 6.6%의 수익을 지급한다는 것. 이 은행 김보정 과장은 “주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예금자가 늘고 있어 개발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연 5%’ 내세워 CMA 대안 상품으로 떠올라
수시입출금 통장

계속 넣었다 뺐다 해야 하는 생활 자금. 그런데 금리도 챙기고 싶다면? 한동안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정)가 정답이었다.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은행들이 내놓은 고금리 수시입출금 통장이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연 5%’ 하는 식으로 눈에 확 띄는 금리를 약속하는 상품이 많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두드림통장’이 대표적이다. 통장 가입 다다음 달이 되면 2개월 간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한다. 지난달 20일 200만 계좌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SC은행은 여세를 몰아 지난해 4월 월복리식으로 이자가 쌓이는 입출금 상품인 ‘두드림2U’ 통장도 출시했다.

 산업은행의 대표 상품인 ‘KDB 다이렉트’도 고금리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하루만 맡겨도 연 3.5%’란 공격적인 조건에 5개월 동안 1만7500명이 가입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에이플러스 통장’도 최고 금리가 연 4.5%(31~121일 예치 금액)를 주는 대표 고금리 입출금 통장이다.

 이들 상품은 이자 혜택 외에 자동화기기(ATM) 출금 수수료 및 인터넷 뱅킹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주의할 점은 소비자들에게 내세우는 금리에 대부분 복잡한 조건이 따라 붙는다는 것. 두드림 통장의 경우 가입 뒤 한 달 동안은 이자가 0.01%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가입한 지 180일이 지나도 금리는 연 3.3% 수준으로 떨어진다. 삼성증권 박경희 상무는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조건이나 기간이 까다로워 전체 금리를 따지면 고금리라고 할 수 없는 상품도 꽤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내세운 최고 금리의 혜택을 받을 확률은 희박할 수 있으니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본 뒤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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