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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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떤 정책이든 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원칙과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부동산 정책만큼은 많은 논란의 와중에도 시장에선 먹혔다. 전문가들은 이를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정책의지의 일관성이 지켜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원칙 없는 인사는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운영)가 불법파업 해고자 12명을 경력직 채용 방식으로 복직시키기로 한 것은 전형적으로 원칙을 무너뜨린 인사다. 해고자 복직에 부정적이었던 철도공사가 입장을 바꾼 배후에는 박원순 시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후보 당시 해고자 복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번에 경력직 입사라는 우회적 방법으로 복직시키는 것이다.

 이에 기업과 경제단체에선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은 “불법파업 해고자의 사후 구제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이런 전례가 생기면 기업의 대응수단이 없어진다”며 “법과 원칙이 무너지는 노사관계는 경영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렇게 원칙을 무너뜨린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에 대한 사면 건의도 법치를 흔드는 사례였다. 35세 미만 청년층의 500만원 이하 채무를 대신 갚아준다는 시정도 그렇다. 예산은 60억원으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개인 채무를 정부가 나서서 갚아주는 것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원칙을 잃은 정책은 시민에게도 혼란을 준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가 주차장 없는 영세식당을 돕겠다며 점심시간 주차단속을 안 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서울시 교통정책의 대원칙을 무시한 데다 자치구마다 단속 기준이 달라 혼란스럽고, 오히려 대형 식당에만 이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은 ‘약자의 편에 서는 정책’을 기본 노선으로 한다. 하지만 진정 사회의 약자를 돕는 정책은 원칙과 일관성을 지켜 신뢰를 얻어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