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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없이 기술자 사장끼리 경영권 잇는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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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호 24면

소이치로가 전승한 혼다의 유전자는 ‘꿈·도전·기술’이라는 세 단어다.

소이치로의 경영 유전자

그의 인생은 꿈에 대한 도전 자체였다. 산골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지만 창업 때 내세운 ‘세계 최고 자동차’의 무모한 꿈은 현실이 됐다. 그는 대기업 창업자이면서도 스스로 엔진 설계의 1인자였다.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직원들과 동고동락했다. 그는 불가능이란 말이 나오면 스패너나 잣대로 직원들을 때리기까지 하면서 난관을 돌파하는 인물이었다. 이런 열정과 솔선수범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혼다의 사풍에 남아 오너 없이도 회사가 굳건히 돌아가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인간적으로 기인이기도 했다. 주색을 밝히는가 하면 한번 연구에 빠지면 2~3일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 1970년대 일본 왕이 주는 훈장을 받을 때도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소이치로는 67세이던 73년 평생 파트너인 경영자 후지사와 다케오 부사장과 함께 은퇴하면서 자신의 혼다 지분을 모두 회사에 내놨다. 1%의 주식만 부인에게 남겼다. 또 자기 핏줄인 동생과 아들 등 친족을 모두 퇴진시키고 회사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회사 어디에도 ‘혼다’라는 성을 쓰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공계ㆍ연구소 출신만 사장을 할 수 있다는 불문율을 만들어 놓았다. ‘기술의 혼다’ 소리를 듣는 건 연구직 우대의 풍토를 깊게 심어놓은 덕분이다. 역대 혼다 사장은 빠짐없이 이공계(연구소) 출신이다. 2009년 7대 사장에 오른 이토 다카노부(58) 현 사장도 교토대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연구소장 출신이다. 임기는 5∼7년으로, 사장이 이사회에서 후임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은 2, 3세 경영권 승계를 고수한다. ‘구심점이 되는 기업주가 없으면 망한다’는 논리다. 혼다는 오너 없이도 후계 사장을 뽑아 기업을 이어가는 독특한 경영승계 시스템을 만들었다. 기업 지배구조를 전공한 경영학자들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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