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 채소밭…가계 보탬, 이웃도 사귀고 '일석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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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기자]

“우리 신랑이 아욱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아욱국도 끓일 수 있고 깻잎도 따고. 치커리도 심고 상추ㆍ대파ㆍ열무까지… 시장에 나가서 사던 채소 값이 덜 들어가니까 경제적이죠.” “부녀회장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옥상텃밭을 가꾼 뒤부터는 모르던 이웃들과도 사귈 수 있고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새싹이 나는 걸 보면서 활기도 생기고…”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에 살고 있는 김순자 주부는 지난 한해 아파트 옥상텃밭 가꾸기에 푹 빠져 있었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파트 옥상에 텃밭이 있어서 주말농장 체험을 위해 굳이 외곽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직접 키운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가정경제에도 보탬이 된다고 한다. 특히 텃밭을 이웃과 함께 가꾸면서 잘 모르던 이웃도 알게 돼 일석삼조라고.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 먹고 이웃도 사귀고…

그래서일까? 지난 3일 이 아파트 옥상텃밭에서 진행된 씨앗 나눠주기 행사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우산을 쓰고 얼어붙었던 텃밭을 손 보고 씨 뿌릴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우리 아파트는 1700여가구의 입주민이 살고 있는 대단지인 데도 입주한지 10년이 넘다 보니 단지 규모에 비해 주민공동시설이나 문화공간이 부족한 편이었어요. 아파트 입주민들 중에 청소년들과 노인층이 많은데 이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신·구세대가 함께 도시농업을 경험할 수 있는 서울시 옥상텃밭 공모사업에 신청해 선정되었답니다.“ 신동아리버파크의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김인심씨로부터 옥상텃밭을 조성하게 된 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서울시는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옥상이나 공터에 농작물을 가꾸는 옥상텃밭 공모사업에 나섰다.

신동아리버파크의 경우 100가구가 넘는 주민이 옥상텃밭을 신청하는 등 주민들 호응이 높은 데다가 단지 여건도 우수해 시범단지로 선정된 것. 이 아파트는 200개의 텃밭상자를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아 관리동 옥상에 텃밭을 조성해 100가구가 텃밭을 가꾸고 있다, 1가구당 2개의 텃밭상자에 상추ㆍ시금치ㆍ치커리ㆍ아욱ㆍ대파 등 다양한 모종을 텃밭상자에 심어 키우고 있다. “직접 가꾼 유기농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주민들 반응도 참 좋은 편이에요.

우리 집은 3대가 같이 살고 있는데 어린 손자가 새싹이 자라나고 열매 맺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와서 물도 주고 관심을 쏟더라구요.” 김 부녀회장의 옥상텃밭 자랑도 대단했다. 아이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옥상텃밭에 물을 주러 올라가고 옆에 있는 이웃의 텃밭도 서로 돌봐주면서 가족과 이웃 간에 정이 더욱 돈독해 졌다고 한다.

"이웃 단지에서 부러워해요"

뿐만 아니다. 옥상 텃밭에서 만난 이웃들은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단지에 자원봉사 캠프를 설치하고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입주민끼리 목도리ㆍ수세미 등을 직접 뜨개질해서 주변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입주민들의 재능기부로 기타도 배우고 민화교실도 열게 되었다.

이들이 함께 모여 오는 17일에는 불우이웃 돕기 일일찻집도 열 계획이라고. 자연히 이웃 단지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웃 단지와 인근 유치원에서도 옥상 텃밭 탐방을 다녀갔다고 한다. 이날 씨앗 나눠주기 행사에 같이 참여한 연누시 동작구 공동주택 커뮤니티 전문가의 이야기다. “신동아리버파크 옥상텃밭을 이웃 단지 주민들이 많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이웃 단지를 비롯해 다른 구에서도 올해에는 옥상텃밭 조성을 하고 싶다는 주민 의견이 많아서 옥상텃밭 공모사업이 점차 확대될 계획입니다.” 이날 함께 모여 옥상 텃밭상자에 씨를 뿌린 100가구의 입주민들은 부지런히 물을 주고 가꿔서 휑했던 옥상에 초록 잎이 풍성해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파릇파릇한 어린 싹들이 자라나면서 입주민들의 꿈도 알알이 영글어 가는 이 단지처럼 도심 속 콘크리트 아파트가 더욱 푸르러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