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찰 단독취재 읽으며 가슴 무거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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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호 30면

4월 1일자 중앙SUNDAY는 전체적으로 무난했던 것 같다. 내용의 깊이와 다양성 등의 미덕은 여전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읽는 재미가 덜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1면 머리기사, 2면 ‘이양수의 세상탐사’를 거쳐 3면까지 차지한 불법 민간인 사찰 기사 때문에 마음이 답답해서였을 것이다. 특별취재팀의 사찰 핵심 인물 단독 취재가 갖는 무게감만큼 가슴도 무거웠다. ‘불법국가’의 전형적이고 구시대적 행태가 최근까지도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 대한민국 정부의 또 다른 부끄러운 모습을 우리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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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입 가능성을 살펴본 기사는 매우 시의적절했다. 특히 좌파 진보정당의 좌표 등 역사적·정치사적 맥락과 향후 한국 정치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준 점이 좋았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사회민주주의의 아버지’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을 다룬 ‘새 시대를 연 거목들’, 한국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인 한인사회당 창립을 다룬 이덕일 칼럼 등과 묘하게 오버랩돼 읽혔다. 반미와 종북,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신자유주의의 위기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반면 정권교체 때마다 등장하는 인사 문제를 다룬 ‘고소영·강부자·S라인…역량 갖췄느냐가 문제’는 사안의 심각성과 한국 사회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에 비춰볼 때 한 미국 교수의 인터뷰로만 다뤄진 건 아쉽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번번이 발생하는 이런 인사 문제를 그 역사적 맥락 등을 짚어가며 좀 더 심도 있는 기획기사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한다.

‘복지동물원’으로 변신 중인 과천 서울대공원 기사도 흥미로웠다. 내용도 다채로웠고, 관점도 균형을 갖췄다. 앞 부분을 읽으며 답답했던 기분을 시원하게 해준 건 역시 ‘와이드샷’에 실린 ‘대장간도 농사 채비’였다. 서울 수색의 옛날 대장간을 찾아 촬영한 이 사진을 보고 어떻게 이런 치열한 삶의 현장을 용케도 찾았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땀 흘리는 삶을 바라보기만 하는 데서도 받을 수 있는 기쁨과 충만감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거의 한 폭의 유화 같은 질감이 생생한 사진에서 열심히 뛰었을 사진기자의 노고가 전해졌다.

평소 경제 관련 기사를 열심히 읽는 편은 아니지만 페이스북 기업공개 기사는 흥미로웠다. 특히 눈을 시원하게 해준 도표 편집이 좋았다. 태양광 산업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제목의 ‘치킨게임’을 ‘무한경쟁’이라고 번역해 태양광 산업의 현황 등 내용과 정확히 조응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들었다.

최연소 여성 미 연방대법관 엘레나 케이건을 다룬 ‘박재선의 유대인 이야기’도 유익했다. 다만 미국의 현 대법관 진용이 아이비리그 일색이라는 점, 나아가 우리나라 명문대 출신이 법률시장 진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현실을 언급한 건 주제와 큰 관련이 없어 어색했다. 또 대법관의 보좌관(law clerk)은 ‘재판연구관’으로 쓰는 게 정확하다. 회사법·국제법·증권법을 ‘새로운 분야’라고 표현한 것도 적절치 않다. ‘법률구조시장 진출’도 ‘법률시장 진출’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이동신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17년간 대법원 등에서 법관으로 재직했고, 법무법인에서 건설부동산 분야의 소송과 자문 업무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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