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작업복 입고 기술개발 … 최평규 회장의 현장경영 33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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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S&T그룹 최평규(60·사진) 회장은 33년간 기계산업 외길을 걸어온 과정과 경영 철학을 담은 에세이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를 펴냈다.

 이 책은 1979년 7명의 직원으로 삼영기계공업사(삼영)를 설립해 열교환기·발전설비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인 지금의 S&T그룹으로 성장시킨 최 회장의 역정을 담고 있다. 그는 1975년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창업했다.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작업복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명절도 없이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는 지금도 작업복을 입고 매일 공장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최 회장은 외환위기 때 벌어들인 달러를 기반으로 S&T중공업(옛 통일중공업), S&T모티브(옛 대우정밀), S&T모터스(옛 효성기계)를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현재 국내외 22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82년엔 당시 17평 아파트 20채와 맞먹는 고가의 기계를 수입했는데 공장에 불이 났다. 이 화재로 기계가 불탔다. 하지만 전 직원이 밤낮으로 매달려 3일 만에 기계를 복구했다. 최 회장은 노사분규가 잦던 통일중공업·대우정밀을 인수한 뒤 파업 현장을 찾았다가 노조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장시간 식사도 거른 채 노조원들을 설득해 결국 파업을 해결했다.

 2008년엔 당시 S&T대우(현 S&T모티브)의 최대 거래처인 GM이 파산했다. 당시 GM의 매출 비중은 70%가 넘었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까지 고민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때도 발로 뛰어 위기를 넘겼다. 유럽을 돌아다니며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영국 포트, 미국 크라이슬러 등으로부터 신규 수주를 받아냈다. 이러한 일화는 직원들 사이에 이제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최 회장은 “한계에 다다른 국내 제조업의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 현장과 소통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국의 기계공업이 세대를 이어 더욱 발전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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