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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스미스展 내달 16일까지 국제갤러리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인 여성조각가 키키 스미스(46·사진)의 근작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오는 12월 16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독일 출신의 미국 조각가 스미스는 신체를 주제로 생노병사·정신적 신체적 분열·절단된 신체부위와 분비물 등을 나타내 1990년대부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영국의 대표적 미술관인 테이트 갤러리를 포함, 세계 유수의 미술관·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60년대 대표적 미니멀 조각가였던 토미 스미스의 딸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프랑스 출신 페미니즘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와 흔히 비교된다. 신체 이미지를 통해 고통·공포·외로움 등을 표현하는 점에서 두 사람은 비슷하다.

부르주아가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을 작품에 직접적으로 담아낸다면 스미스는 가톨릭의 영향, 인디언의 전통문화 등에서 받은 영감을 절제된 이미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초기에 그로테스크한 신체작업을 통해 성의 정치학을 나타내던 스미스의 작품세계는 신화와 동물세계·자연환경·우주계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번 전시에도 북구신화에서 따온 브론즈 조각, 꽃·새·고양이가 등장하는 판화, 달에 둘러싸인 채 몸에 별이 촘촘히 박혀 있는 설치조각상 등을 보여준다. 재료에서도 종이와 왁스에서 세라믹·섬유·유리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작은 혼합매체로 만든 대형 설치물 한점과 드로잉 14점·판화 21점·조각 5점 등이다.

1층 전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장작더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브론즈 작품 '번제'. 옛 카르타고의 전설적 여왕 디도의 희생적이고 숭고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양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를 번안한 것이기도 하다.

2층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조각상 '사이렌'은 북구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을 재현한 것이다.

반은 새, 반은 사람인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래는 선원들을 유혹해 난파시키거나 영원히 자신이 사는 섬 주변에 머무르게 했다고 전해진다.

같은 층의 '사과를 들고 있는 뱀' 드로잉 시리즈는 구약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하와를 상징한 것이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이 함께 하는 존재로서, 사탄과 동일시하면서도 욕망의 포로이자 희생자로서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녀의 작품노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물체들이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작품이 그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에너지를 간직한다고. 그렇기에 나는 예술가가 되었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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