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입자’ 3번째 비밀, 한국도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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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중성미자를 잡는 근거리 검출기(왼쪽)와 원거리 검출기(오른쪽). 외부 잡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290m, 1380m 떨어진 산속에 터널을 뚫어 설치했다. 두 검출기에 각각 잡힌 중성미자의 수를 비교해 상호 변환 비율(변환 상수)을 구한다.
김수봉 교수

우주의 ‘유령 입자’인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는 아직도 풀지 못한 비밀이 많은 신비의 우주 기본 입자다. 그 종류는 세 가지인데, 각각 일정 비율로 서로 변환(변환상수)된다는 사실을 알 뿐 그 질량도 모른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중성미자의 세 가지 변환상수 중 마지막 남은 상수를 중국에 이어 풀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수봉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12개 대학 35명으로 구성된 ‘RENO(리노)’ 연구팀은 중성미자의 세 번째 변환상수가 10.3%이며, 이는 10억 번에 2번 정도 틀릴 확률로 정확도가 높게 나왔다고 3일 밝혔다. 중성미자 10개 중 1.03개가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달 초 한국팀이 측정한 것과 같은 변환상수를 발표한 중국의 값은 9.2%, 정확도는 1000만 번에 6회 정도 틀릴 확률이었다. 우리나라는 3주 정도 늦게 결과를 발표했지만 중국에 비해 정확도 높은 변환상수를 측정했다는 평가다. 세계 입자물리학계는 중성미자의 세 가지 변환상수 중 두 가지를 1990년대 일본 연구팀이 각각 100%와 80%라는 사실을 밝힌 뒤 그동안 마지막 남은 상수를 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 왔다.

 우리나라 연구팀은 그 해답을 전남 영광원전의 원자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전자(電子)중성미자에서 찾았다. 연구팀은 116억원을 들여 원자로 중심에서 290m 떨어진 곳의 지하와 1380m 떨어진 곳의 지하에 각각 중성미자 검출기를 지난해 8월 설치한 뒤 가동에 들어갔다. 그런 뒤 먼저 막 원자로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근거리 검출기에서 세고, 원거리 검출기에서는 그 거리를 날아오면서도 계속 변하지 않은 중성미자 숫자를 파악해 변환율을 계산했다.

◆중성미자=전자중성미자와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 등 세 종류가 있다. 태양의 핵융합이나 원자로의 핵분열 등으로 만들어진다. 하루에 수조 개가 우리 몸을 통과해도 아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물질과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령 입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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