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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컴덱스 2000] 한국 대기업 홍보 '낙제점'

중앙일보

입력

이번 미 라스베이거스 컴덱스쇼에서 한국과 일본 대기업 부스를 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니, 도시바, 히타치, 캐논 등 일본 부스에 가보면 정작 일본인은 없다. 하지만 외국 관람객들로 북적거린다.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공동으로 차린 `삼성디지털'' 부스에는 외국인은 거의 없고 한국사람이 대부분이다. 삼성디지털 부스에서 조금 떨어진 LG전자 부스도 마찬가지.

국내 대기업들의 부스가 관심을 못끄는 것은 한마디로 세계화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세이 따지고 들면 세부적인 이유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삼성디지털 부스에 마련된 전시대에는 전시품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 제품을 잘 차려놓고 `볼테면 보고 말테면 마라''하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안내원이 있다고 해도 영어를 못해 외국인들이 답답해 하기 일쑤고 심지어 행사요원들끼리 한곳에 모여 농담을 주고 받고 있을 정도로 느슨하다.

LG전자의 경우 비록 몇명의 현지 외국인 행사요원을 동원해 손님을 맞게 하고 있지만 역시 각각의 전시 제품을 설명해주는 전문 안내원은 없다.

시선을 돌려 일본 대기업의 부스를 보면 완전히 딴판이다. 일단 일본인이 없다. 거의 전부가 미국인으로 당연히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또한 각 전시대마다 마이크를 설치, 안내원이 제품을 시연하면서 질문에 상세히 설명한다. 심지어 부스 앞까지 나와 인사를 하며 `호객'' 행위까지 한다.

행사요원들의 옷부터 다르다. 빨간색, 파란색, 남색, 검정색, 흰색 등 눈에 잘띄는 원색의 T셔츠나 남방으로 통일해 입었고 붉은 글씨나 흰글씨로 가슴에 회사명을 새겼다.

삼성 부스에 가면 누가 직원이고 누가 손님인지 분간이 안간다. "혹시 삼성 직원이세요"하고 물어야 하는 어색한 분위기를 피할 수 없다.

LG의 경우 옷을 통일했지만 회색이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언론을 대하는 노하우도 아직 멀었다. 미국의 시스코사의 경우 "한국에서 취재를 온 기자"라고 하니까 대번에 책임자가 나와 이것 저것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좀더 자세한 것을 알려면 시스코에서 진행하고 있는 9가지 기술 세미나를 보라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삼성의 경우 아예 언론 담당이 없다.

이번 "컴덱스에 출품한 주요 품목이 뭐냐"는 질문에 한직원은 "분야가 나눠져서 모르겠다"는 것이 끝이다.

그러니 `이번 컴덱스에 대한 전반적인 동향을 짚어달라''는 요청은 지나친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에서 온 기자들도 결국 발길을 외국 부스로 돌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LG전자의 박도현 홍보팀 과장은 "아무래도 일본 대표 기업의 경우 미국 법인조직이 크기 때문에 현지 직원을 동원하기가 쉽고 경험도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적어도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나 LG전자라면 컴덱스에서 기조연설은 아니라고 해도 모니터 등 선두 분야에 대한 기술 컨퍼런스라도 해야 되는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컸다.

별로 새로운 제품도 없고 홍보에도 적극적이지 못할 바에야 10억원 이상을 들여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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