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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법 사찰 수사, 내부 의혹부터 규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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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제 의혹은 불거질 대로 불거졌다. 총리실 불법 사찰 사건에서 시작된 의혹의 물결이 청와대 비서관, 민정수석실, 전임 대통령실장을 넘어 대통령에까지 넘실거리고 있다. 핵심 관련자에 대한 검찰 수사도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어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과 불법 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을 조사했다. 지난주 “내가 자료 삭제를 지시한 몸통”이라고 강변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오늘 소환된다. 이번 수사에서 우려되는 건 비선라인의 ‘꼬리’를 자르는 데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증거인멸 지시가 이 전 비서관 혹은 ‘바로 윗선’에서 이뤄졌고 장씨에게 전달된 1억1000만원도 ‘선의(善意)에서 준 것’으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그것이다. “장씨 취업 알선은 장씨가 먼저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의 그제 해명도 이러한 짐작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2010년 수사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뒤늦게 압수수색해 증거인멸을 할 시간을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 전 행정관은 호텔에서 조사한 뒤 무혐의처리했다. 그러다 이달 초 장씨의 폭로 후 ‘부실 수사’ 여론에 밀려 재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장씨는 “당시 최 행정관에게서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수사팀이 최 전 행정관을 소환 조사하려 했으나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막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우리는 특검 도입을 검토해봐야 할 때라고 제시한 바 있다. 2010년 수사 때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당시 수사라인과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의혹부터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수사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이 믿지 못할 것이다. 환부에 염증을 남기지 않으려면 메스부터 깨끗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