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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차용증에 계약자 주민번호 꼭 적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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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임종석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몇 년 전 선배 한분이 필자를 찾아와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고 돈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필자가 가장 먼저 선배에게 한 질문은 무엇이었겠는가? 바로 차용증이 있는지 여부였다. 다행히 선배에게 차용증은 있었지만 차용인의 이름만 있을 뿐 인적사항으로 주소와 주민등록번호가 전혀 없었다. 연락이 두절된 현재로서는 김아무개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찾을 수 가 없어 소송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일반인들은 서로 아는 사이에 차용증을 받는 것이 예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를 생략하는 경우가 흔하다. 차용증을 받는 경우에도 선배의 예처럼 정확한 내용이 반영된 차용증이 작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나중에 분쟁이 생긴다면 해결에 애를 먹게 된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돈을 빌려 주고 받는 차용증과 빌린 돈을 갚으면서 받는 영수증이다. 이러한 차용증이나 영수증이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돈을 빌려준 사실이나 돈을 갚은 사실을 증명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객관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바로 문서이기 때문에 실무에서도 법적분쟁 발생시 최우선의 증거로 꼽고 있다.

일러스트=박소정

금전거래시 돈을 빌려주는 입장(대여자)에서는 차용증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차용증은 첫째 누가(대여자 또는 채권자) 누구(차용자 또는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여기서 누구에 해당하는 대여자와 차용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특정이 돼야 한다. 둘째 얼마의 금액(차용원금)을 연 또는 월 몇 %의 이자로, 언제까지 갚을 것(변제기)인지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 물론 무이자도 가능하므로 이자약정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자약정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변제기를 초과할 경우에는 민법상의 연 5%의 지연이자가 발생한다. 차용금의 금액 변경을 방지하기 위해 아라비아 숫자 옆에 한글이나 한문으로 금액을 병기하기도 한다. 참고로 현행법상 개인 간 10만원 이상의 금전거래시 약정 최고 이자는 연 30%며, 이를 초과하는 이자는 무효다. 셋째 차용증 작성일자를 기재하고 마지막으로 쌍방의 인장 내지 서명을 하면 된다. 여기서 대여자와 차용자 특히 차용자가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작성했음을 확실히 하기 위해 차용자가 이름을 직접기재하고 인감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기도 한다. 이는 후에 차용증에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원이 차용자가 차용증을 기재된 내용대로 돈을 차용했음을 믿는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인감증명서가 힘든 경우라면 최소한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돈을 빌리는 차용자의 입장에서는 차용증을 작성하고 정작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돈을 받으면서 동시에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이 옳다. 만일 돈을 받기 전에 차용증을 작성했다면 돈을 받기 전까지는 차용증을 차용인이 소지하고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다음으로 돈을 변제하면 이에 대한 영수증을 받아야 하며, 차용증 원본을 대여자로부터 회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차용증 원본을 회수할 수 없는 경우라면 영수증이라도 꼭 받되 영수증에는 원금과 이자 모두 변제해 채무가 소멸됐다는 뜻과 그 날짜를 기재하는 것이 최상이다.

금전거래 순간에는 대여하는 사람은 약속한 변제기에 돈을 받으리라는 믿음이 있고, 차용자는 돈을 빌려 급한 사정에 대처할 수 있게 돼 대여자에게 고마움과 함께 반드시 변제하겠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초심의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법에서 요구하는 정신이며 이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법무법인 ‘정도’ 임종석 변호사
일러스트=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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