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 세계 지도자가 반대하는 북 로켓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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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중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에 대해 여러 차례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 중단할 것을 촉구했음을 밝혔다. 후 주석은 또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로켓 발사를 저지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두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이다. ‘혈맹’인 북한과 관련한 이슈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한 입장을 보여온 중국으로선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국은 2009년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 뒤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 채택 당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자격으로 가담했다. 이 결의 2항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것이 위성 발사든, 미사일 실험이든 구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북한의 계획은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경고 발언을 한 것은 중국이 찬성한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북한의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는 명분에 따른 행동이다. 나아가 6자회담 주최국으로서 북·미 간 2·29 합의에 따라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있던 터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에 상당한 물질적·외교적 지원을 해온 중국의 반대가 과연 북한을 주저앉힐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이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른바 ‘강성대국’을 출범시키는 행사로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평안북도 동창리에 신설한 로켓발사장 주변에 로켓 부품들을 옮겨놓고 조립에 착수한 것으로 군 정보당국이 밝혔다.

 이는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이 우려를 전달하고 중단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로켓 발사를 강행할 계획임을 시사한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북한에 대한 식량 등 대북 지원을 중단하는 카드를 사용할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등 ‘팔 비틀기’까지 시도할 것 같진 않다. 예정된 발사 시점까지 20일가량 남아 있으므로 마지막 순간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어제 하루 동안 서울에 온 각국 정상들은 하나같이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세계의 중심적 리더들이 모두 가담했다. 북한이 전 세계적인 요구를 끝내 묵살하지 않기를 바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말대로 북한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로켓을 발사하는 대신 주민들을 먹여살리는 데 힘써야 한다.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로켓 발사로 ‘강성대국’이 달성된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 전체가 강력히 경고하는 가운데 위성발사를 위장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미국 등 국제사회를 위협한다는 꼼수도 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