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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더 윗선 … 임태희까지 개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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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장진수(39)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옛 주사)에게 이른바 ‘입막음용’으로 건네진 1억1000만원 전달 과정에 청와대 인사들이 관여한 정황이 계속해 드러나고 있다.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00만원을 준 사실을 시인하고 장석명(48)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5000만원 전달 과정 연루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측근인 이동걸(51)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4000만원 전달 당사자로 드러나면서다.

 이에 따라 임 전 실장의 개입 의혹 등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이 본격 거론되는 건 장씨에게 4000만원을 준 이 보좌관이 그의 최측근으로 밝혀지면서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 보좌관은 KT 노조위원장으로 있던 2000년대 초부터 경기도 분당 지역 국회의원이던 임 전 실장을 알게 됐고, 이후 그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한다. 이 보좌관이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 중앙노동위원회 직능본부 부위원장 자격으로 이명박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배경에도 임 전 실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좌관은 4000만원에 대해 “임 전 실장은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지만 의구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 보좌관이 임 전 실장의 측근이라는 점, 장씨에 대한 자금 전달 시점이 이인규(56)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에 대한 임 전 실장의 금일봉 전달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 등 때문이다. 여기다 이 보좌관이 “당시 돈을 요청했던 사람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인지 여부도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제3의 인물 관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2010년 9월 불법사찰,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인규 전 지원관과 진경락(45) 전 총리실 과장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데 대해 “노동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구속돼 가족들이 힘들어한다는 보고를 받고 위로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이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이 전 비서관 등과 함께 일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뒤를 이었다.

 “노동계 인사들이 십시일반으로 4000만원을 모았다”는 이 보좌관의 해명이 류충렬(56)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의 해명과 유사한 점도 의심을 사고 있다. 사전에 입을 맞춘 게 아니냐는 것이다. 류 전 관리관은 장씨에게 “장석명 비서관이 준 돈”이라며 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공개됐을 때 “장 비서관은 관계가 없고,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1억1000만원의 출처 규명이 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 줄 관건이라 보고 이 보좌관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윗선의 존재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보좌관이나 이영호 전 비서관 등이 자금 집행의 ‘몸통’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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