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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투자전문가, 산으로 떠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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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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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안 오피츠 지음
박병화 옮김, 로도스출판사
265쪽, 1만 5000원

시간이 없다. 마감시간에 쫓기고 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딱히 시간을 허투루 보낸 적도 없는데 늘 급박하다.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각종 전자기기를 구비해도 별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 단축된 만큼 또 다른 일이 밀려든다. 그런데 다들 그렇단다. 시간은 없는데 일은 쏟아진다고 아우성이다.

 독일 다큐멘터리 감독인 플로리안 오피츠는 아껴둔 내 시간이 다 어디로 갔는지 찾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일을 너무 많이 벌인 것은 아닌지,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어야 했는지, 이미 일에 치여 지쳐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관리 전문가에게 묻는다. 전문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기계의 박자를 쫓아 점점 빨라지는 사회체제에서 원인을 찾았다. 사회 전체가 무서운 속도로 흘러가기 때문에 시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간이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단위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심장부를 찾아간다. 로이터 통신과 세계적 기업의 컨설턴트다. 이곳에서 속도와 효율은 최고의 가치다. 돈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게 경쟁 때문이다.

 대안은 없을까. 저자는 책 제목처럼 ‘느린(slow)’ 삶을 추천한다. 투자전문가로 살다가 산속에 둥지를 튼 사람,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스위스의 농부, 자연보호를 위해 남미의 황무지로 떠난 노스페이스 창립자를 소개한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결국 ‘느림’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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