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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살생부’… 개미들 탈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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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달 말 12월 결산법인의 감사보고서 제출시한이 다가오면서 코스닥기업 ‘퇴출 주의보’가 내려졌다.

 자본잠식이나 횡령·배임, 감사의견 거절 등의 퇴출 사유가 있는 기업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한 종목의 주식이 휴지 조각으로 변할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24개 코스닥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으며, 올 들어 10여 개 코스닥기업에서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평산·아이스테이션은 완전자본잠식, 아인스M&M은 자본잠식과 감사의견 ‘의견 거절’을 사유로 거래 정지돼 있다. 전·현직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한 클루넷·휴바이론 등과 회계처리 규정을 위반한 블루젬디앤씨·넷웨이브·엔티피아 등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도 지앤디윈텍·씨티엘테크·에이원마이크로·엔하이테크 등 4개사에 이른다.

 코스닥에서 상장폐지 대상 기준은 ▶2년 연속 매출 30억원 미만 ▶자본 전액 잠식 ▶자본잠식률 1년에 두 번 연속 50% 이상 ▶1년에 두 번 연속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등이다.

 문제는 이런 종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공시규정에 따르면 상장법인은 결산 후 90일 안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그 7일 이전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코스닥 12월 결산법인은 이달 30일까지 사업보고서를, 22일까지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감사의견 ‘거절’ 또는 ‘부적정’을 받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해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기기도 하는데, 이런 ‘감사보고서 미제출’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로 분류되기 때문에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유가증권시장에서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한 22곳 가운데 6곳만 살아남았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감사보고서를 내지 못한 6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되면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기업이 지난해 8월 이후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올해 감사보고서 제출 과정에서 감사의견 ‘거절’ 또는 ‘부적정’ 등을 받는 기업이 상당수 등장할 것”이라며 “실적이 의심스럽다면 해당 기업에의 투자 여부를 이달 이후로 미루는 게 낫다”고 말했다.

 3월마다 이런 ‘퇴출 대란’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심각한 실적 부진만 아니면 감사의견 ‘적정’을 받던 관례가 감사 기준 강화로 사라지면서다. 이로 인해 2008년에는 23개에 불과하던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 수가 2009년 65개로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50개가 넘는 코스닥기업이 증시에서 사라졌다.

 증시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자격에 미달하는 상장사가 증시에 손쉽게 들어온 게 퇴출 대란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한국거래소가 상장 유치에만 신경 쓰다 보니 상장을 쉽게 허가했다. 또 제도적으로는 우회상장이라는 길로 부실회사들이 증시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인형 자본시장실장은 “유가증권 시장과 달리 코스닥 시장은 기업정보 공개가 불투명한 편이라 한계기업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엄격해지고 있다”며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서 부실기업들을 솎아내는 작업은 더 강화돼야 하며, 그래야 장기적으로 투자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실질심사를 받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상습적 불성실 공시나 횡령·배임·분식회계 같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다음으로 지난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같은 사유가 다시 발생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감사의견 ‘거절’ ‘부적정’을 받거나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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