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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생팬 극성 도를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아이돌 그룹 JYJ가 사생활까지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극성팬(사생팬·私生fan)들을 폭행했다고 해 최근 곤욕을 치렀다. 스타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이기에 공인(公人)으로서 신분을 망각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8년간 사생팬들에게 겪었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일부 극렬 팬이 스타들의 신분증을 이용해 복제폰을 만들어 통화 내용을 청취하고, 자동차에 위치추적 장치를 달아 쫓아다니며, 숙소에 무단 침입해 사진을 촬영하다 키스까지 해댔다고 한다. 사정이 이 정도였다면 이들은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는 팬 수준을 넘어 남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스토커라 할 만하다. 오죽했으면 멤버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겠는가.

 이런 행동은 정신과 치료를 요할 정도로 중대해 보인다. 연예인을 자기 애인으로 생각하거나 자기 물건처럼 여기는 등 집착이 지나치다 보니 남의 사생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러다 스타가 자신을 무시한다거나 기대감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분노를 터뜨리고 급기야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사생팬들을 태운 택시가 연예인 차량을 들이받아 공연 일정에 차질을 주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고 하니 철부지 청소년들의 한때 행동으로 그냥 보고 놔둘 일이 아니다.

 연예인도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지닌 사람이며,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 이들이 밥을 먹을 때, 휴식을 취할 때조차 죄인처럼 눈치를 보고 숨어 다녀야 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언제나 인형처럼 방긋 웃으며, 음악으로 감동을 주기를 바란다면 이는 팬들의 이기심 아닌가.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인 소속사와 팬클럽 등이 성숙한 팬 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을 합해야 한다. 팬클럽이 중심이 돼 연예인의 사생활을 우선적으로 보호해 주고, 사생팬들을 자체적으로 제어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은 어떤가. 연예인 본인들도 여기에 호응해 팬들과 정상적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더 자주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