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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조 父 "여자가 뭐할라꼬 밖으로 나가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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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8일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 대한노인회 사상구지회를 찾아 어르신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흔들리는 부산 민심을 다시 잡겠다고 나선 새누리당의 선봉장은 27세 여성이다. 경력·인지도ㆍ돈ㆍ조직도 없는 정치 초짜다. 덕포여중ㆍ주례여고 총학생회장이 경력의 전부다. 그런 그가 부산 사상구 총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저격수로 나섰다.
지난 8일 오전 11시 부산시 사상구 사상로의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 선거 명함을 정리하던 손 후보의 부친 손균식(53ㆍ트럭 운전)씨는 “처음엔 기가 찼지예. 나이도 어린데…”라고 말했다.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엔 돈이 든다는데 우린 그런 능력 없어예. 그런데 ‘아빠 내는 정말로 돈 없이 할 겁니더. 천막 치고 하면 됩니다’고 하더라.”

-말리지 않았나.
“여자가 뭐할라꼬 밖으로 나갈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꼭 하겠다는데 말릴 수 있겠습니꺼.”

3시간 후 20여 명이 모여 있는 덕포동 대한노인회. 이곳에 들어서는 손 후보를 동행한 이는 남동생 창민(25)씨와 자원봉사 운전사로 나선 ‘동네 오빠’ 등 2명이 전부다. 키 1m55㎝, 몸무게 45㎏의 작은 체구인 손 후보는 “손녀 같지예”라며 거침없이 할머니ㆍ할아버지들을 껴안는다. 이종순(79) 할머니가 “택시를 탔는데 ‘1번 찍으세요’ 하기에 기분이 좋았다 아이가”라고 말하자, 손 후보는 활짝 웃으며 “안아 주세요”라고 답했다. 누군가 “결혼은 했나”라고 묻자 “결혼자금 다 여기에 쏟아부었어예”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평범한 서민의 딸이 우짜자고 선거에 뛰어들었나 하시는데 꼭 될기라예. 도와주세요”라며 허리를 숙인 뒤 노인회를 빠져나간다. 그 직후 한쪽에서 “젊은 아가 당차데이. 인물이네”라는 혼잣말이 들린다.

손 후보의 선거는 철저하게 ‘보통사람의 선거’다. 손 후보는 “서민이 1년 월급을 꼬박 모은 3000만원으로도 선거를 치를 수 있어야 정치 개혁이다. 이를 보여 주려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덕에 부친은 트럭 운전을 중단하고 보험설계사인 어머니 이분남(53)씨는 휴직계를 낸 채 선거 명함을 돌린다. 남동생은 수행비서이자 홍보 담당이다. 선거사무실은 24인치 브라운관 TV와 화분 두 개, 책상 몇 개 정도다. 그런 사무실을 손 후보의 초등학교 친구 이창민씨와 이모 세 명이 번갈아 지킨다.
이씨는 “원래 전화 한 대와 내가 들고 온 노트북 한 대로 사무실을 꾸렸는데 공천도 받고 해서 오늘 전화 세 대와 컴퓨터 두 대를 새로 임대했다”고 말했다. 손 후보 측은 “유세 차량은 손 후보 부친의 5t 트럭 라이노를 손봐서 쓸 생각”이라며 “매일 밤 전략 회의에선 손 후보의 학원 선생님 등 평범한 분들이 돕고 있다”고 전했다. 손 후보에게 물었다.

-3000만원으로 선거가 가능한가.
“지난 50여 일 동안 2100여만원 정도 썼다. 하루에 4만원도 쓰지 않는다. 가능하다.”

-새누리당 사상 당원협의회 일부가 손 후보 공천을 공개 반대했다.
“그분들과 협의한 것도 없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선거 승리라는 목표는 같다. 겸손하게 잘 말씀드리겠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는데.

“0%에서 시작해 20%대로 올랐다. 우리 정치는 지금 기적을 원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기적을 보여 드리겠다.”
손 후보에겐 보수층에서 나오는 불안감이 넘어야 할 벽이다. 이날 오전 감전동 새벽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꼭지(45)씨는 “27세짜리가 하면 얼매나 하겠소”라고 말했다. 사상구 주민 설경수(55ㆍ여)씨는 “50이 넘도록 한나라당을 계속 지지했는데 이번엔 좀 걱정스럽지예”라고 말했다.

부산=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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