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프리뷰]기소청탁 의혹, 현직 판·검사 나란히 경찰 소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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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호 08면

강정마을에서 시위대와 대치 중인 경찰. [뉴시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정부와 해군은 일사천리로 공사를 강행하고, 야당과 좌파 단체들은 극력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군은 주말인 10일 제주 해군기지 부지에 있는 구럼비 해안에서 나흘째 발파작업을 이어갔다. 이에 맞서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와 인권단체 연석회의 등은 “해안 발파가 이뤄진 지난 7일 이후 53명이 연행됐다”며 “무차별 연행작전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치 5~6년 전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혼란상을 연상시킨다. 당시 폭동 수준의 시위대가 기지 조성 공사를 극렬히 반대하는 바람에 군·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큰 충돌이 빚어졌다. 평택 주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죽창과 철조망 절단기로 무장한 외부세력이 공사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바람에 기지 이전도 2016년으로 늦춰졌다.강정마을 사태도 이것의 재판(再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년간 대치로도 모자라 또다시 국론이 분열되며 혼란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국책사업이면 진작에 정부가 설득할 건 하고, 추진할 건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여태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뒤늦게 떠밀리듯 공사를 강행해 총선을 앞두고 선거 이슈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치밀하지 못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주민 여론조사를 소홀히 해 주민 대표성과 객관성 시비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수 찬성표를 몰아준 제주도민들도 이젠 의구심을 갖는 지경이다. 15만t급 크루즈 선박 두 척이 드나드는 민·군 복합형 관광 미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군항 기능의 강조로 변질된 느낌이다. 우근민 제주지사의 운신 폭이 좁아진 이유다. 그가 크루즈선 두 척의 접안이 가능한지 다시 시뮬레이션 하자는 건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공사는 정부와 군의 의지대로 진행되겠지만 반대세력의 기세도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번 주에는 현직 판사·검사가 나란히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된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초유의 장면이 펼쳐진다.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와 형량을 정하는 판사가 경찰의 추궁을 받아야 할 처지다. 나경원 전 의원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 사건 때문이다. 검사와 판사의 대질신문도 예상된다. 법원과 검찰로선 치욕스러운 장면이 될 듯하다.

밀양경찰서 정모 경위가 수사 축소 지시와 관련, 밀양지청 박모 검사(현 대구지검)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검사가 폐기물 불법 매립업자를 감쌌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고소장을 낸 지 하루 만에 지능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맡겼다. 이 수사대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직접 지휘해 검·경의 격돌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정의롭게 수사하려는 경찰에게 검사가 함부로 압력을 넣고 욕설까지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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