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방송사 ‘낙하산’ 고리 끊을 때 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최고 시청률 47%를 기록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어제 전파를 타지 못했다. 39일째를 맞은 MBC 노조 파업에 드라마 PD들도 동참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도 파업을 시작했고, 뉴스전문 케이블채널 YTN은 오늘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시청자의 볼 권리를 외면한 것은 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지탄받을 일이다. 시청자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경영진·노조 모두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파업하는 측은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복원’을 주장한다. MBC 사 측은 “근로조건과 무관한 불법파업”이라며 해고·정직 등 중징계를 내렸다. 노사 간 치열한 고소·고발전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사태의 본질은 따로 있다. 권력과 언론의 관계, 특히 영향력이 막강한 거대 지상파 공영방송의 지배·운영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김인규 낙하산’과 ‘정연주 낙하산’, ‘김재철 낙하산’과 ‘최문순 낙하산’은 과연 무엇이 다른가. 정권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시비를 근본적으로 막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같은 본질을 외면한다면 권력 교체기를 앞둔 또 한 번의 정치적 힘겨루기에 불과하다는 냉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대통령 입맛에 좌우되기 좋은 모양새다. 대통령은 KBS 사장을 임명하며, 임명제청권을 가진 KBS이사회 이사들도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이사, 방통위 상임위원 모두 여당 측이 다수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을 임명하지만 방문진 이사도 여당 사람이 다수이고 임명권을 방통위가 갖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 사람’이 방송을 ‘점령’한다는 소리가 역대 정권마다 끊이지 않는 것이다. 권력 탈환을 노리는 쪽조차 미래 기득권을 염두에 둔 탓인지 제도 개혁에 소극적이다. 덩달아 양대 방송사 구성원들마저 입사 몇 년차만 되면 이편 저편으로 갈리는 딱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낙하산 파행의 악순환 아닌가.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여야 모두 진지한 자세로 개선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