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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초등생에 사이버 테러 당한 여성가족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초등학생이 포함된 10대 청소년 7명이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시도했다고 한다. 해외 뉴스 토픽에나 나올 만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들의 공격 모의가 사이버 수사대에 사전 적발돼 별 피해는 나지 않았다고 하나 단순히 생각 없는 철부지들의 치기(稚氣)어린 행동으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여러모로 중대하다. 10대들의 이번 사이버 테러는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범죄행위이자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짓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 테러가 오히려 10대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을 만큼 정부 정책이 불신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성부의 홈페이지에만 가보면 그 실태를 알 수 있다. 여성부를 비난하는 초등학생(초딩)들의 글이 매일 게시판을 도배질한다. 여성부 공적(公敵)이 초딩이라는 건 김금래 장관도 잘 알 정도라고 한다. 여성부가 청소년들이 민감해하는 영역에서 규제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대가 정부에 등을 돌리는 데엔 정부 부처끼리 엇박자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을 놓고 여성부는 게임 중독이란 용어를, 문화체육관광부는 과몰입이라는 용어를 각자 쓴다. 여성부는 청소년들의 새벽시간 게임 이용을 규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주도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업계의 실정을 감안해 건강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문화관광부 장관이 장관상을 준 웹툰이 최근 학교폭력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폭력성을 지적받고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 예고되기도 했다.

 국무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총리실이 이런 난맥상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부처 간 업무 조정을 통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10대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정책을 이해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정책을 말하는 부처에 10대는 고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