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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실버 마패’ … 우리 동네 주유소가 바뀌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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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객자문위원인 박상호(왼쪽)씨가 스카이에너지 심재덕 소장과 주유소 서비스의 문제점을 의논하고 있다.

7일 오전 경기도 이천 시내에서 성남으로 향하는 3번 국도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스카이에너지주유소. 언덕 내리막인 데다 커브길이어서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으면 주유소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주유소에 들어서니 양복을 차려입은 노신사와 작업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주유기의 입력 버튼을 바라보며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3만원어치를 주유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데도 정작 주유기 자동 입력기에서는 1만·2만·4만원만 선택할 수 있다니까요.” 이 주유소 심재덕(56) 소장이 하소연하듯이 박상호(65)씨에게 말을 건넸다. 박씨는 “본사에 개선해달라고 꼭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누굴까’ 하는 생각에 명함 한 장을 받았다.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의 것과 같은 형식의 명함이었다. 다만 이름 밑에 ‘고객자문위원’이라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박씨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87명의 현대오일뱅크 고객자문단 중 하나다. 현장에서는 ‘실버 자문단’ ‘어르신 자문단’이라고 불린다. 지난해 3월 이 회사가 관공서나 민간기업 등에서 은퇴한 분들의 전문성과 경륜·지혜를 빌려 현대오일뱅크 폴사인을 붙인 주유소의 서비스 개선과 실적 향상을 위해 구성했다. 박씨는 30년 넘게 외무공무원 생활을 하고 5년 전 부이사관직을 마지막으로 퇴임했다. “매일 출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는 커다란 공허함에 시달렸죠. 취미 생활에 몰두하며 하루하루 보내기도 했으나 좀 더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현대오일뱅크가 고객자문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원했다. 경기도 이천·수원 지역의 7개 주유소를 담당하게 됐다. 공무원 시절의 꼼꼼함 덕이었는지 이 가운데 스카이에너지가 ‘서비스 우수 주유소’로 뽑혔다. 전국 2400여 개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중 서비스 좋은 110개에 든 것이다. 심 소장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단골 확보를 위해 보너스카드제를 적극 활용하라는 박씨의 조언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20% 정도 늘고, 전체 고객 중 보너스카드 이용객이 6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박씨 역시 전국 최우수 자문위원으로 선정됐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남궁영수(67)씨는 43년간 교직 생활을 했던 자문위원이다. 서울 상계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해 등산과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자문단에 지원했다. “주유소 사장님들이 주유원을 부리는 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선생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했던 교장 시절 경험담을 이야기해주곤 하죠.” 그는 칭찬을 많이 하라는 조언을 빼놓지 않는다.

고객자문단은 ▶주유소 청결도 ▶직원 친절도 ▶주유기·가격표시판의 상태 등 20가지가 넘는 항목을 매달 체크해 직접 시정할 것을 권유하거나 본사에 보고한다. 지난해 87명을 뽑는 데 5600명이 몰렸다. 김병섭 영업본부장은 “기름값이 비싸질수록 운전자들이 주유소 서비스를 까다롭게 보는 것 같다”며 “자문단의 활동으로 서비스가 개선되고 있다는 외부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중 고객자문단 2기를 출범한다. 수도 110명으로 늘린다. 자문위원에게는 월 30만원어치의 주유권을 준다. 박상호씨는 “받는 돈의 많고 적음보다 우리의 경륜이 회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폴사인(Pole Sign)제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이름을 표시해 놓고 그 제품만을 판매하는 상표표시제도다. ‘특정 정유사의 간판을 단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품질은 해당 정유사가 책임진다’는 취지로 1992년 4월 도입됐다. 반면에 주유소가 여러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아 팔려고 할 때는 주유소 자체상표만 표시하면 되는데 이를 ‘무폴(無Pole) 주유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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