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직원 수천 명 줄이기로 … 노키아·아그파와 같은 길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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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원조 인터넷 기업인 야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 온라인 매체인 올싱즈디지털은 5일(현지시간) “스콧 톰슨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이르면 이달 말께 전체 1만4000명의 직원 가운데 수천 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95년 ‘넷 세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제리 양(44)이 창립한 야후는 10여 년 동안 인터넷 검색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구글·페이스북 같은 젊은 강자들의 도전과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 알리바바 등에 매각을 추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리 양은 올해 초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고 17년 만에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떠났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도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한순간에 몰락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를 맞은 필름 3강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기 전 필름시장은 미국의 코닥, 독일 아그파, 일본 후지필름이 삼분했다. 하지만 140년 역사의 아그파가 2005년 파산한 데 이어 1881년 창립한 코닥도 지난달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반면에 일찌감치 디지털카메라·복사기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후지필름은 아직도 건재하다. 최근에는 필름에 얇은 막을 입히는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후지필름 관계자는 “필름이 잘 팔리던 90년대 모두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를 예상했지만 후지필름만 필름사업 축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노키아·RIM은 2000년대 중반까지 자체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애플이 앱스토어와 아이튠즈뮤직스토어라는 콘텐트 생태계를 앞세워 ‘게임의 룰’을 바꾸면서 순식간에 추락했다. 구글의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삼성·LG·HTC 등의 단말기 제조업체도 이들의 시장을 가져갔다. 급기야 노키아는 MS 출신의 스테판 엘롭을 새 CEO로 영입하며 윈도폰으로 방향 전환에 나섰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 SW 서비스업체로 변신한 IBM이나 스마트폰·태블릿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성공을 일궈낸 애플처럼 기존 사업구조를 파괴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선도기업이라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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