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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허정무 온 뒤, 인천 곳간이 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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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허정무 감독

5일 인천에는 비가 내렸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사무국은 하루 종일 분주했다. 올 시즌부터 홈구장으로 쓰는 숭의축구전용구장에서 직원들은 주말(11일)에 있을 홈 개막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어두운 날씨만큼 무거웠다. 인천 선수단이 급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제주 원정을 떠났고, 4일 K-리그 개막전에서 1-3으로 완패했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난달 24일 지급돼야 할 선수단과 사무국의 2월 급여를 이날에야 지급했다. 그나마 코칭스태프와 팀장급 급여는 해결하지 못했다. 밀린 급여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한 직원은 “다른 구단에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겠다. 2~3년 전만 해도 일 잘하는 구단이란 소리를 들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3년 전만 해도 흑자 구단이었던 인천이 초유의 임금 체불 사태를 겪게 된 것이다.

 김석현 인천 부단장은 “프로스포츠는 스폰서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은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흑자를 내면서 모아놓은 자본금도 2010년과 2011년 45억~50억원씩 적자를 내며 바닥을 드러냈다. 현재도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정무 인천 감독은 부임 당시 “시민구단으로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1년반 만에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축구 원로를 중심으로 한 ‘인천 축구를 사랑하는 모임(인축사)’은 2010년 부임한 허정무 감독과 최승열 단장을 비난했다. 인축사 관계자는 “허 감독과 최 단장은 영등포공고-연세대 동문이다. 둘이 온 뒤 인천 구단을 방만하게 운영했다”고 꼬집었다.

 인천은 2011년 190억원의 운영비를 썼다. 72억~110억원을 쓰는 다른 시·도민 구단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김남일(35)과 설기현(33) 등 몸값이 비싼 베테랑 선수를 영입하며 선수단 임금도 올라갔다. 한 달 선수단 급여만 6억원에 이른다. 웬만한 기업 구단의 1.5배 수준이다. 허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팀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고교 후배 김현태 골키퍼 코치를 올해 데려왔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헤나스 코치를 내보냈다. 허 감독이 인천 지휘봉을 잡은 이후 총 10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6억~10억원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 한 명을 바꾸면 선수 한 명당 계약금과 임대료 등 2억~3억원을 쓰게 된다.

 인천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이 다른 구단에 비해 많다.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시장 또는 허 감독과 지연·학연으로 얽혀 있는 사람들이다. 또 인천은 남북 축구 교류 명목으로 20억원 가까운 돈을 썼다. 송 시장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비난에 대해 허 감독은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경기만 생각하고 싶다”며 “나를 음해하는 세력이 만든 이야기로 선수단에 피해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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