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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도 조기 치료해야 합병증 예방” … “음식·운동으로만 당뇨 극복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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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건강한 장수 사회로 나아가는 데 최대 걸림돌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수는 2010년에 202만 명으로 2006년 163만 명보다 23.9% 증가했다. 문제는 허술한 혈당 관리다. 당뇨 합병증은 환자에겐 힘겨운 삶을, 국가엔 막대한 의료비라는 짐을 안겨준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당뇨병 합병증으로 입원한 사람은 10만 명당 127.5명이다. OECD 국가 평균(50.3명)보다 2배 이상 높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20년 이상 당뇨병을 연구한 미국 건강과학센터 랠프 디프론조 교수가 지난달 27일 한국을 찾았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당뇨병 심포지엄에서 당뇨병의 원인을 직접 개선할 수 있는 피오글리타존(상품명 다케다 액토스)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와 디프론조 교수의 대담을 통해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알아봤다.

고려대안암병원 김신곤 교수(왼쪽)와 미국 건강과학센터 랠프 디프론조 교수가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수정 인턴기자

랠프 디프론조: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조기에 당뇨병을 치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혈당이 정상보다는 높지만 당뇨병으로 진단할 만큼 높지 않은 사람이라도 관리를 해야지만 당뇨로 인한 합병증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당뇨병 진단 직전이라면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 기능이 이미 절반 이하까지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치료를 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의 조기 치료가 아니다.

김신곤: 과거에는 조기 치료가 효과 없다는 논문도 있었다. 혈당 조절을 했지만 심혈관질환 예방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였다. 하지만 이때 연구 대상자는 10년 정도 당뇨병을 앓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최근 초기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다시 10년 동안 혈당 조절을 했더니 심혈관질환 발병률과 사망률이 크게 줄었다는 반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후 급격하게 치료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디프론조: 피오글리타존은 당뇨병 문턱까지 와 있는 고혈당 환자에게도 좋은 약이다. 실제 당뇨 직전 단계 환자에게 피오글리타존을 투여하고, 생활요법만을 실시한 그룹과 비교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피오글리타존을 사용한 그룹에서 제 2형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72% 감소했다.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당뇨병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당뇨병 추세도 많이 달라졌다. 한국에서는 예전에는 마른 당뇨병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만 환자가 절반 이상이다. 문제는 미국과 똑같은 비만 정도가 있더라도 한국인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가난한 시절 태어난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부족하다. 소형 자동차의 엔진을 가지고 태어난 꼴이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비만해지면 자동차 크기는 대형차가 되는 원리다. 이 때문에 바로 당뇨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디프론조: 그래서 당뇨병을 빈곤과 풍요가 만나서 잘 생기는 병이라고 부른다.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문제는 수많은 의사가 환자에게 식사나 운동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환자에게 말하지만 실제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1년 동안 환자를 대상으로 권장 식단과 운동법을 강조했지만 평균 1.7파운드(약 0.8㎏) 감량 효과에 그쳤다고 밝힌 논문도 있다.

: 식단과 운동만으로 당뇨병을 극복할 수는 없다. 당뇨병 치료에서 치료약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약물이 주연이라면 나머지는 조연인 셈이다. 당뇨병 환자의 가장 큰 적은 고혈당이고, 혈당을 낮추는 데 모든 치료의 초점이 잡혀 있다. 생활 습관 개선은 기본이 되는 치료법이지만 여기에만 치중하면 혈당 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디프론조: 당뇨병 치료제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피오글리타존의 경우 방광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여러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피오글리타존 45㎎을 2년 이상 복용한 환자 중 방광암에 걸린 비율은 1만 명당 10명 정도다.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은 사람은 1만 명당 7명이 평균적으로 방광암에 걸린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분명 위험하다. 하지만 통계학적인 유의성은 극히 낮다. 대신 피오글리타존을 복용해 뇌졸중이나 사망 가능성을 줄여 생존하는 사람 수는 1만 명당 1600명에 달한다.

: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그럼에도 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얻을 수 있는 치료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고 10년 정도 지난 사람 중 심혈관 계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의 비율은 5~10% 정도다. 이들이 발병 가능성이 낮은 방광암을 걱정해 약을 끊는다는 것은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디프론조: 이미 당뇨병에 걸렸다면 평생 당뇨병을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뇨병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지레 겁을 먹고 약물 치료를 피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식생활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글=권병준 기자
사진=김수정 인턴기자

피오글리타존은=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쓰이는 약물. 세포의 인슐린 민감성을 증가시켜 포도당이 세포 내로 쉽게 이동하도록 만든다. 혈중 중성지방을 감소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키는 기능이 있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탁월하다. 현재 ‘액토스(다케다제약)’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랠프 디프론조 교수

· 1975~1988년 예일대 의대 교수

· 1988년~현재 미국 건강과학센터 연구교수

· 1988년~현재 미국 오디 머피 메모리얼 병원 당뇨병내과 과장

· 1988년 캐나다 당뇨병협회 밴팅 렉처십 수상

· 2002년 미국 당뇨병협회 앨버트 레널드 어워드 평생공로상

· 2008년 미국 당뇨병협회 밴팅 어워드 수상

김신곤 교수

· 2005년 고려대 대학원 졸업(의학박사)

· 2004~2006년 고려대 안암병원 임상조교수

· 2007년~현재 고려대의대 내과학교실 부교수

· 2010년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 등재

· 2010년~현재 대한당뇨병학회지 및 내과학회지 전문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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