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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고 거리서 노는 처자들, 누구인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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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복 입기 동호회 ‘한복놀이단’ 단원들이 21일 서울 신촌에서 한복을 입고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다음 달 1일 유튜브에 공개한다. [김태성 기자]
왼쪽부터 ‘인수대비’의 함은정과 백성현,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과 김수현.

지난 21일 오후 7시 서울의 번화가인 신촌 한복판에 한복을 입은 남녀가 나타났다. 행인들의 눈이 이 남녀에게 쏠렸다. “저 사람들 좀 봐”라고 수군거리며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한복 남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맞은편에서 이들에게 반갑다고 손짓하는 또 다른 남녀 5명도 하나같이 한복차림이었다. 한복 입기 캠페인을 벌이는 ‘한복놀이단’이었다.

 최근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인수대비’ 등 사극 드라마 인기가 이어지면서 한복을 즐겨 입는 젊은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한복놀이단은 드라마 ‘공주의 남자’가 방송 중이던 지난해 8월 만들어졌다. 단장 박선영(25·여·대학생)씨는 “어렸을 때부터 한복이 예쁘다고 생각해 왔는데 실생활에서 입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며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복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싶어 놀이단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입소문을 통해 한복놀이단을 알게 됐다고 한다. 박씨는 “사극에서 본 한복이 예쁘고 멋있다고 많이들 찾아온다”고 했다. 단원 조민경(21·여·회사원)씨는 “중국에서 5년간 살았을 때 중국·일본인 친구들은 치파오·기모노 같은 전통 옷을 자연스럽게 입고 다니는 모습이 부러웠다”며 “드라마나 예식 때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한복을 입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원들에겐 한복이 고리타분한 전통복장이 아니라 ‘블링블링’(반짝거리는) 패션 아이템이라고 한다.

 한복놀이단엔 현재 530여 명의 단원이 활동 중이다. 1주일에 2~3차례 한복을 입고 서울 곳곳에서 모임을 연다. 한복놀이단 활동은 인터넷과 SNS로 이뤄진다. 운영진이 강의나 소풍 일정을 계획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지글을 올리면 참가를 희망하는 단원들이 댓글을 다는 방식이다. 모임에는 한복을 입고 나온다. 한복차림으로 놀이동산을 찾거나 영화를 같이 보기도 한다. 아직까지 단원들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많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게 단원들의 얘기다. 단원 허능강(19·대학생)씨는 “그냥 영화관이나 카페에 놀러 가는 것보다 한복을 입고 모여 우리나라 전통 춤이나 놀이를 한번 배우는 게 재미있다”며 “우리는 한복을 그냥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한복놀이단은 한복을 널리 알리는 행사를 계속 열고 있다. 지난해 이태원 축제 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플래시몹(한 장소에 모여 춤 등을 춘 뒤 흩어지는 퍼포먼스)을 했다. 지난 10일 한복 디자이너 이혜승씨에게서 복식사와 디자인에 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올해 역점 사업은 한복을 널리 알리는 뮤직비디오 ‘흥이 나는구나’를 제작하는 것이다. 한복을 입고 다니는 여학생에게 반한 남학생들이 한복의 매력에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노래 ‘흥이 나는구나’는 2010년 대학가요제 금상을 받은 이찬(23)씨가 재능 기부한 것이다. 다음달 1일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한다. 부단장 김소현(25·여·회사원)씨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복 입기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블링블링(bling-bling)=영어 표현으로 ‘눈에 띄게 화려한’ ‘반짝거리는’이란 뜻의 형용사다. 래퍼(랩 가수)들에 의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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