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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측근 비리 가슴 쳤다지만 …‘사과’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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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국민께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다. 가슴을 칠 때가 있다. 정말 밤잠을 설친다”고도 했다. 퇴임 후 거주할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해선 “제가 챙기지 못한 게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를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마무리했다. 회견 후 청와대 관계자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뜻”이라며 “적절했고 사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사저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나 송구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 자신은 직접적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정권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편중 인사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시했다. 단임제에서 효과적으로 일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특정 학연이나 지연을 따지고 의식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예도 들었다. 대통령의 출신에 따라 텍사스 사단이니, 캘리포니아 사단이니 하는 그룹이 백악관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렇게(편중인사라고) 보시는 분이 많다면 제가 그 문제를 앞으로 시정해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수위는 참모진의 건의에 따른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이 직접 결심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본 이명박, 연출 이명박”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대통령이 혼자 고민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핵심적 논란에 대한 사과를 일부러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초등학생처럼 사과해라 하면 사과하고, 미안해 하라면 미안해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전체 흐름과 맥락과 표정에서 (사과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선 ‘사과’로 인정하거나, ‘유감 표시’에 그쳤다고 볼 만한 여지를 남긴 셈이다. 임기 마지막 해에 더 이상 밀려선 곤란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야권 지도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한 사례를 조목조목 짚어낸 것도 이례적이다. 이런 야권의 행태에 이 대통령은 두 차례나 “안타깝다”고 했다. 정치적 발언이나 정치인 실명 비판을 삼갔던 그간의 모습과 크게 달랐다.

[뉴스분석] 취임 4년 회견
야권엔 실명 거론하며 비판
임기 말 밀리지 않겠다는 뜻
발언 수위는 대통령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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