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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모터쇼 참관기] 소형차 '중형 뺨치는 내부'

중앙일보

입력

[파리〓이용택 기자]개선문에서 루브르궁을 잇는 상젤리제 거리와 화합의 광장 등 파리를 관통하는 거리에선 낡은 차를 보기 힘들었다.

르노의 클리오, 시트로엥의 사라, 아우디 TT쿠페, 벤츠 A170, BMW 3시리즈 등 새 차들이 물결을 이뤘다. 간간이 현대 엑셀, 대우 레조 등 국산차도 눈에 띄었다.

최근 몇 년 미국 못지 않은 호황을 누려 파리 시민의 자동차 바꾸기가 붐을 이뤘기 때문이다.

한 파리 시민은 "2~3년전만 해도 찌그러진 채 다니거나 비닐로 유리창을 막고 다니는 차가 흔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 말했다.

파리 시내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 전시장에서 지난달 28일 개막돼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파리 모터쇼에도 호황 분위기가 나타났다.

전시장에는 당장 팔 수 있는 양산 차종의 신모델 차량이 가득 찼다.

전기자동차 등 연구 단계의 신기술 차량은 1, 2 전시장을 연결하는 통로에 자리잡았을 뿐이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시공간 한쪽에 상담실을 마련해 세계 각국의 자동차 딜러들이 즉석에서 구매 상담을 벌이도록 했다.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먼저 닿는 1층 전시장 중앙은 르노.푸조.시트로엥 등 프랑스 자동차 회사의 전시관이 차지했다.

르노는 인기를 끈 라구아나의 후속 모델인 라구아나Ⅱ와 클리오의 신모델 클리오 B6를 내놓았다. 시트로엥은 잔티아의 대체 모델로 준중형 신차 C5를 내놓았다.

이 차는 도로 사정으로 차가 일시 정지할 때 엔진이 멈췄다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다시 엔진이 작동하는 디날토 메카니즘을 사용했다. 고유가 시대에 맞춰 연료 사용량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들 차종은 앞뒤 바퀴와 범퍼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고 차의 천정을 높여 실내공간을 키운 게 특징이다.

소형차는 준중형 수준의, 준중형차는 중형차 수준의 실내공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벤츠는 젊은 층을 겨냥한 소형차로 4기통, 2.3ℓ, 1백85마력의 엔진을 단 C클래스 스포츠 쿠페를 선보였다. BMW는 3시리즈 컴팩트 카로 벤츠에 맞섰다.

아우디는 상위 모델인 A6와 스포츠 쿠페 TT의 디자인을 딴 틈새모델로 1.8ℓ 소형차 A4를 내놨다.

포드그룹은 차세대 중형 월드카인 뉴 몬데오와 볼보 브랜드의 S60을 내놓았고, 폴크스바겐의 뉴 파사트도 당장 팔리는 양산 차의 신모델이었다.

전시장 1층 한편에 아담한 전시장을 마련한 영국 로버의 명차 미니는 41년만에 완전히 모델을 바꿔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뉴미니는 국산 소형차의 3분의 2 정도 크기지만, 검은색이나 빨간색 차체에 흰색 상판을 얹어 장난감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차안을 들여다보니 아기자기한 계기판과 스위치 등이 세련미를 더했다.

미니를 인수한 BMW는 기존 미니의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뉴미니를 내년에 출시한다.

BMW는 뉴미니 개발에 2억6천만달러를 들였으며, 마케팅 비용 4억달러를 써 앞으로 2~3년안에 연간 1백만대씩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 업체들이 전시하는 1층 전시장을 찾았다.

미국.일본.독일과 같은 자동차 대국은 아니지만 르노 등 자국 업체를 국영으로 운영하는 프랑스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안내원은 "미테랑 대통령이 퇴임할 때 친구들이 돈을 모아 사 준 르노의 메간을 그의 장례식 때 딸이 타고 오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되자 이 차가 불티나게 팔려 적자에 허덕이던 르노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 설명했다.

현대.대우.기아 등 한국차 전시장은 2층에 자리잡았다. 현대차는 스포츠 쿠페 컨셉트카인 네오스(NE0S)를 선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페인에서 판매량이 1만대를 넘는데 티뷰론이 큰 몫을 했다" 며 "네오스가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네오스는 2백50마력의 DOHC 신형 2.0 베타엔진과 6단 연속 반자동 변속기를 달았으며 차체를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차문은 전자카드 열쇠를 대자 하늘방향으로 치켜 올려지며 열렸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의 절반 정도가 디젤차인 점을 감안해 최근 개발한 승용 디젤 엔진인 D엔진을 전시했다.

대우차는 퓨전카로 1천3백~1천5백㏄급 소형 컨셉트카 칼로스를 내놓았고, 기아차는 10월부터 유럽에 발을 내딛는 중형 세단 옵티마(수출명 마젠티스)의 신차 발표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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