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의 홍콩뷰] 중국 ‘소황제’가 결혼한다 … 소비 관련주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이곳 홍콩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올해 결혼한다. 이 여직원은 홍콩 사람이다. 그런데 결혼 준비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결혼식이 올 12월인데 벌써 지난해 11월에 예식장을 예약했다. 1년 이상 먼저 예약한 셈이다. 올해는 중국인이 길하게 여기는 ‘용의 해’라 결혼이 늘 것으로 보고 서둘렀다고 한다. 중국 풍습에 용의 해는 결혼·출산·사업 등에 행운을 불러오는 길한 시기다. 이걸 감안하면 올해는 중화권 전체적으로 신혼부부가 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구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1950~70년에 태어난 중국의 베이비부머가 80년대 중반 이후 자녀를 낳기 시작했다. 이들 2세대 베이비부머가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 2010년부터 출산이 다시 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의 결혼 적령기인 25~29세 인구는 2015년까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신혼부부의 급증은 소비에도 영향을 준다. 중국도 한국처럼 주택에 대한 애착이 크다. 결혼 전 신랑 측이 집을 장만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구·가전제품 등 신혼용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결혼 전에는 데이트 부대 비용(선물·외식 등)이, 결혼 후에는 유아용품 수요가 늘 것이다. 제조업으로 비유하자면 전·후방 산업이 모두 수혜를 본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 2세대 베이비부머가 소비성향이 높다는 사실이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한 집에 한 자녀밖에 가질 수 없어 ‘소황제(小皇帝)’로 불리면서 자란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가치관이 다르다. 고성장 속에서 고생을 모르고 자라 경제·사회적 자신감이 크고, 임금은 계속 오를 것이라 확신한다. 신용카드를 많이 쓰고, 대출에 의존해 집을 산다. 부모 세대보다 저축은 적게 한다. 극단적으로, 그달 번 돈을 그달에 모두 쓴다는 ‘월광족(月光族)’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모든 변수가 소비 증가에 호재는 아니다. 유럽 위기로 인한 선진국의 긴축, 그리고 이에 따라 중화권 수출 둔화로 소비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실적 발표를 한 중국 기업의 이익이 시장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오면서 애널리스트의 올해 기업 이익 추정치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중국 소비와 경제를 좋지 않게 볼 이유는 없다. 중국의 내수성장 잠재력과 중국 정부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진흥책 등을 감안하면 중국은 올해 8% 이상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소비 부문은 중국의 실질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의 실적 추정치가 낮아지고 있지만, 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소비는 구조적으로 좋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 관련주 또는 중국 컨슈머 펀드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