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장기 극적 이식' 은서의 기적, 알고보니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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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장기를 극적으로 이식받은 조은서(7·사진)양은 새 생명을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일부 장기만 이식을 허용하고 있는 법률 때문이다. 은서는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 김대연(48·소아외과) 교수팀 주도로 간·췌장·소장·위·십이지장·대장·비장 등 7개 장기를 통째로 이식받았다.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 제4조에 따르면 간·소장·췌장 등 3개만 합법이다. 위·대장·십이지장·비장 등 4개는 법에서 허용한 장기가 아니어서 ‘불법’이다. 이들 4개 장기는 그동안 국내에서 이식된 적이 없어 불법 논란이 생길 이유가 없었다. 장기이식법은 간·신장·심장·폐·소장·췌장·골수·안구·췌도 등 9개만 이식 가능한 장기로 규정한다. 아산병원 측은 은서에게 이식하기 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위·대장·십이지장·비장 이식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센터 측은 “법률에 없어 이식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17일 “ 장기를 이식하는 날은 마음이 다급했다. 뇌사(腦死)자한테서 적출한 장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술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지만 돌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장기도 이식할 수 있게 ‘은서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 이식 명의인 서울아산병원 김대연 교수(가운데)가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김 교수는 조은서양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1999년 장기이식법을 만들 때 간·췌장·신장·심장·폐·골수·안구 등 7개만 이식을 허용했다. 2007년 소장·췌도가 추가됐다. 13년 동안 이식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법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지난해 두 개 장기 동시이식이 33건, 세 개 이식이 1건 이뤄졌다.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일학 교수는 “위·대장 등의 장기 이식도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법이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이 범법자 신세가 됐다”며 “은서양을 살릴 유일한 대안이 장기이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법만 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김원종 보건산업국장은 “현행 법에서 허용한 9개 장기 외에 이식하면 안 된다”며 “다만 다른 장기를 이식했을 때 처벌 규정이 없어 아산병원 이식 건을 불법으로 몰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전문가로 구성된 장기이식운영위원회를 열어 위를 비롯한 장기 이식의 의학적 타당성을 따지고 이를 허용한다면 어디까지 법에 담을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여러 개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법률로 뒷받침한다. 국내에서 허용하지 않는 위·대장 등도 허용한다. 연평균 30건의 여러 장기 이식이 이뤄진다. 2005~2007년 복강 내 장기 이식을 받은 소아환자 중 약 30%가 여러 개 장기를 이식받았다.

장기이식 허용 간·신장·심장·폐·소장·췌장·골수·안구·췌도(9개)

불허 위·대장·십이지장·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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