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부업체 영업정지 … 서민 돈가뭄 대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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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내 간판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 등 4곳이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만기 도래한 대출에 기존의 높은 이자율(44~49%)을 적용, 수십억원의 이자를 더 받아낸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다음 달 5일부터 신규 대출과 증액대출, 광고 등 일체의 영업행위를 할 수 없는 위기에 몰렸다. 대부업체들은 “만기가 지난 연체대출에 대해 종전 이자를 물렸을 뿐이며 행정소송을 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불상사는 정치권이 법정 이자율 상한선을 2년 만에 49%→44%→39%로 내리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렇다고 대부업체들의 ‘꼼수’는 지나쳤다. 똑같이 만기가 지났는데 우수고객과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경우에는 새로운 법정 이자율을 적용하면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고객에게만 종전의 높은 이자를 물린 것은 상도의(商道義)에 어긋난다. 대부업계 1, 2위 업체들이 편법으로 고리(高利)를 챙겼다면 마땅히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서민 보호’를 내세워 법정 이자율을 빈번히 낮추는 게 옳은 일인지는 되짚어 봐야 한다. 지난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220만 명이 대부업계를 찾아, 대출 규모는 한때 7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자는 비싸도 무담보 소액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정 이자율을 내린 이후 소액 대출 잔액은 불과 6개월 만에 8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자칫 서민금융의 한 축인 대부업 시장이 붕괴되면 서민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의 소액대출을 늘려 서민의 돈가뭄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법정 금리 인하, 대부업 광고 규제에 이어 대부 중개수수료율마저 3%로 내리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부업계의 영업기반을 단기간에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과연 저축은행들이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까지 챙길지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정치권의 인위적인 압박으로 인한 대출경색의 후유증에 대비해야 한다. 대부업체 영업정지와 함께 서민금융 전반의 종합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