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클릭! 내고장 벤처] 해상통신 업체 '사라콤'

중앙일보

입력

부산시 영도구 남항동에 있는 사라콤은 해상통신 장비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6대주를 누비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항해 중인 선박의 위치와 상태를 전달해 주는 첨단 통신장비인 GMDSS(전 세계 해상조난구조시스템). 선박이 조난 당해 구조신호를 발신하면 주변의 모든 통신이 순간적으로 차단되면서 교신이 되는 장비다.

모르스 부호가 아닌 음성과 자료로 교신이 이뤄진다. 이 시스템은 1999년 2월부터 3백t이상의 국제항로 운항 선박에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사라콤은 지난해 이 장비 5백만 달러어치를 수출, 세계 4위 업체로 부상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 사라콤은 특히 이 장비 생산품의 65%를 선박통신기기 강국인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7월 부산 벤처기업 중 가장 먼저 코스닥에 등록했다. 7월에는 부산시로부터 올해의 벤처기업인상을 받아 경사가 겹쳤다.

이 회사는 요즘 선박의 블랙박스로 불리는 VDR(항해기록장치)과 선박항만관제시스템(AIS)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말 개발을 끝내 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 VDR는 2002년부터 3백t이상 선박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어 주문이 쇄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라콤은 디지털 TV송신 시스템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를 개발한 데 이어 선박이나 차량 등 이동하면서 깨끗한 화질의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능동형 위성수신기를 개발하고 있다.

또 무궁화 위성을 이용한 충돌 예방장치 레이더 등을 연구하고 있다. 사라콤은 이같은 장비 개발로 21세기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경영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71년 삼양무선통신으로 출범한 사라콤이 그동안 개발한 해상통신장비와 항해자동화장비만 20여 가지. 이들 기술개발의 주역은 부설연구소의 연구진들. 94년 생긴 부설 연구소에서는 전체 종업원(1백30명)의 27%인 36명이 첨단 기술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연구진 중 12명은 러시아 기술자. 러시아 기술자는 연구소 설립 당시 30명을 넘었다.

이들은 모두 옛 소련 흑해함대 모항이 있던 크리미아반도의 군수장비 회사 연구진들로 93년 소련이 무너진 이후 임건(林建.49)사장이 직접 스카우트했다.

73년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林사장은 5년간 상선 기관장을 지낸 뒤 5년 동안 선박수리 업무를 맡았던 엔지니어 출신.

84년 당시 삼양무선통신을 인수한 이후 17년간 오직 기술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林사장은 직원들에게 "21세기에는 기술 우위 기업만 살아 남을 수 있다" 고 강조하고 있다.

사라콤은 지난해 1백85억원이던 매출을 올해 2백30억원, 2005년에는 1천2백억원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林사장은 "지방에 있는 벤처기업이라고 서울 기업보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며 "그러나 자금력과 인력.정보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고 말했다.

강진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