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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女, 수술 다음날 담당 간호사 보고 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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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김태우·오현석·이경현 간호사(오른쪽부터)가 동료 여자 간호사들과 환자 간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전북 전주에 사는 이요나(37·여)씨는 지난 6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척추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자신을 담당한 간호사를 보고는 다소 놀랐다. 수술 당일과 다음 날 남자 간호사가 자신을 돌봤기 때문이다. 바로 척추·신경외과 병동의 이상빈(31) 간호사였다.

 이요나씨는 처음엔 여성이 아닌 남자 간호사가 신기하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결 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질문에 상세하게 답해주고 어떤 때는 여성보다 더 섬세하더라고요.” 이 간호사가 소변 줄을 달고 뺄 때도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 병원은 간호사 700여 명 중 남자가 42명이다. 주로 수술실·중환자실·응급실·회복실 등 ‘험한 분야’에서 일한다. 김효철(27) 간호사는 2010년 5월 중환자실에 배치됐다. 대입 당시 부산 고신대 간호학과를 지원하자 “남들처럼 공대 가서 평범하게 살지 남자가 웬 간호사냐”며 부모님이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에 따라 간호사를 택했다. 김 간호사는 “간호사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주로 여성들의 영역으로만 생각되던 간호사에 남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올해 남자 959명이 간호사 면허증을 땄다고 14일 밝혔다. 전체 면허취득자의 7.5%에 달한다. 1962년 처음으로 남자 간호사가 배출된 이후 올해 5125명까지 늘어났다. 특히 2007년까지 남자는 한 해 신규 면허취득자의 1~2%에 불과했으나 최근 5년 사이에 급격히 늘고 있다. 51년 문을 연 국군간호사관학교에도 올해 처음으로 남자 8명이 입학했다. 현재 남자 간호사는 전체 간호사 29만5773명의 1.73%를 차지한다. 미국은 6.1%(2008년 기준)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이화여대 건강과학대학장) 회장은 “취업률(94%)이 어느 분야보다 높은 데다 직업이 세분화되면서 남녀 간호사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졌다”며 “환자들이나 의사들도 남자 간호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자 간호사는 힘과 체력이 필요한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등에 주로 배치된다. 서울대병원 내과중환자실 오현석(29) 간호사는 “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한다거나 의식이 거의 없는 무거운 환자를 옮길 때 남자들이 더 나은 것 같다”며 “전문직으로 대우받다 보니 처음에 의아해하던 친구들도 지금은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일반병동으로까지 남자 간호사들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송말순 간호국장은 “일반병동의 입원 환자들이 남자 간호사에 거부감을 보일까 우려했는데 의외로 환자들의 신뢰도가 높다”며 “특히 여성 환자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최근 여성 의사들이 늘면서 남자 간호사와 호흡을 잘 맞춘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 국장은 “남자 간호사가 없는 병동에선 우리에게도 (남자간호사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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