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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사의 새도전 '근무 환경을 바꿔라'

중앙일보

입력

많은 닷컴사에는 아직도 카푸치노와 술이 자유롭게 허용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 닷컴사들은 수익성과 성장을 희생시켜야 한다면 지나친 오락은 삼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좀 더 기업다운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뉴욕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광고 기업인 대쉬(Dash)사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벤처 자금으로 5000만 달러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회사 창립자 중 하나인 31세의 다니엘 카우프만에 따르면, 이 회사는 경기가 좋을 때조차도 슈퍼볼 광고나 회사 파티에 수백만 달러를 허비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창립자 4명 모두 다른 인터넷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데다 성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대쉬는 조금 더 기업답게 운영돼왔다고 한다. 이 업체는 느슨한 근무환경을 채택하고 있다. 복장 규칙도 없고 개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허용된다. 하지만 사무실 내에 미용사나 마사지사가 상주하지는 않는다.

이런 닷컴사가 다른 많은 인터넷 기업들과 구별되는 점은 인사담당 매니저, 기업 변호사, 행동규범에 관한 정책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직원들마다 기업 정책을 명시한 기업편람을 갖고 있다.

카우프만은 “회사는 매우 진지한 장소이며 사람들은 무척 열심히 일한다. 금요일에 술 파티를 열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는 야외로 나가 유쾌한 시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소재한 인터넷 판매 및 마케팅 회사인 이레터(ELetter)사에는 정신없을 정도로 많던 특전은 사라지고 기존 기업들이 실시해오던 복지 정책을 다시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 사장이며 CEO인 매니쉬 메타는 “요즘에는 인력을 유치하고 그들을 계속 남아있게 하는 게 큰 자랑거리가 아니다. 직원들은 회사가 탄탄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과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이레터사는 아직도 2주마다 직원들에게 사무실내에서 마사지를 받게 해주고 점심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사치스런 야외 파티는 없애버렸다고 한다. 현재 40명의 직원을 거느린 이 회사는 격무에 대한 대가로 돈과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메타는 얘기한다.

나의 즐거움은 다른 사람의 고통

마케팅 전략기업인 캐즘 그룹(The Chasm Group)의 경영이사이며 보이저 캐피탈(Voyager Capital)의 벤처 파트너인 탐 키폴라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기업 가운데 파티와 기타 특전에 돈을 낭비하는 기업은 3%도 안된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의 비용 지출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어느 정도의 기분전환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쾌락이 다른 사람에겐 고통이 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작업을 완료하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한 경영진은 좌절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최고 경영진이 끊임없는 회의로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강제로 주어지는 오락적인 분위기가 짜증스러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직원들이 탁구게임을 하면서 회의를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는 허락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애완견 환영’ 정책은 사무실을 그야말로 개집으로 만들어 버렸다.

로펌인 펜윅 앤 웨스트(Fenwick & West)사에서 근무하는 고용법 전문가 쇼나 M. 스완슨은 “출근할 때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개가 없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스완슨은 “반면 어떤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스완슨은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개를 몰아내고 사람들이 사무실 내에서는 신발을 신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것들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뱀, 이구아나, 흰족제비...

펫스토어닷컴(Petstore.com) 직원들은 모두 창고에서 일했다. 한 때 직원이었던 아비게일 제이콥에 따르면, 그곳에는 개들만 있는 게 아니라 뱀, 이구아나, 앵무새, 흰족제비들이 휘젓고 다녔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지붕에서 물이 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재미있는 일로 여겼다고 한다. 그녀는 “닷컴의 근무 환경과 스톡옵션에 놀랄 따름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런 괴상한 문화는 회사를 유지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았고, 펫스토어가 펫츠닷컴(Pets.com)에 매각되자 제이콥은 바로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나서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및 소매업체인 블루라이트닷컴(BlueLight.com)에 들어갔다. 제이콥에 따르면, 블루라이트는 K마트의 후원을 받는 회사로 격식을 차리지는 않지만 배후에 전통기업의 안정성을 갖춘 인터넷 기업이라고 한다.

제이콥은 “두려울 것이 없는 신생기업 같은 환경이다. 이 회사의 기업문화는 정말 재밌다. 하지만 우리는 사치스런 파티를 열지는 않는다”고 소개했다.

짧은 오락의 역사

기술회사들이 제공하는 강제적인 오락은 인터넷 역사와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다. 1970년대에는 실리콘 밸리의 탠덤(Tandem)사와 애플컴퓨터가 성대한 맥주 파티를 벌였다. 1980년대에는 롬(Rolm)사와 볼랜드(Borland)사가 올림픽 수영장을 건설했다. 지니테크(Genetech)사는 매주 훌라춤 경연대회와 맥주 파티를 열었다.

그 당시 많은 기술회사들이 규모가 커지면서 인스턴트 식품으로 점심을 제공하고 오후의 성희롱 강좌를 열기 시작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평가가 부풀려질수록 부채에 대한 우려도 늘어갔다. 그들은 기업변호사를 고용하고 기업정책을 세웠다.

자유분방한 익사이트@홈(Excite@Home)조차 위생적인 이유와 알레르기 때문에 일터에서는 애완견을 금지시켰다.

지난 4월 닷컴사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 절하로, 사람들은 다시 한번 근무지에서의 오락에 대해 주의하고 있다. 주가가 폭등할 때면 색다른 특전들이 쉽게 정당화되곤 한다. 투자자들도 이런 특전보다는 오락적인 작업 문화가 오히려 문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한다.

장난기 섞인 업무지시, 푸스볼 테이블(foosball tables), 비디오 게임, 공기주입식 가구, 빈백(beanbag) 의자, 연차 휴가, 문화적 독재자들, 이런 것들이 과연 회사의 수익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하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좋은 것이 너무 많아 탈이다?

기업 성공에 대해 연구한 책, ‘Built to Last''의 공동저자인 짐 콜린스 같은 작자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특전으로 가득한 느긋한 환경이 훌륭한 기업이 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실제로 강제적인 오락이 회사에서 중요한 점으로 오인될 경우 그것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콜린스는 “사람들은 이기고 성공하는 것에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코 시스템과 인텔을 지적하면서, 이기는 기업은 규율이 잡힌 문화를 창출하는 기업들이라고 강조하며 “나는 전통적인 닷컴 기업 중에서는 규율이 잘 잡힌 신중한 문화를 육성해온 기업을 단 하나도 떠올릴 수가 없다. 그런 회사가 언젠가는 생기겠지만,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인력들은 결코 돈이나 특전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 일을 완성시킬 수 있는 성실한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에서 일하길 원한다. 또한 그들은 위선을 혐오하고 고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환경에서 번성한다.

회사에 푸스볼 테이블이나 수영장이 있는지는 결국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콜린스의 생각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동기 부여가 되고 만족하며 열심히 일하느냐 하는 것이다.

익사이트@홈의 경영진은 휘하 직원들이야말로 바로 그런 틀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6년 된 인터넷 기업인 익사이트@홈은 앞으로 6개월 후 기존의 2700명의 인력에 1800명을 추가할 계획이지만, 일터에서 오락적인 신생기업 문화를 계속 지켜가려고 애쓰고 있다.

6개월 전 이 회사의 최고 경영진은 직원들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오락 시간을 개설해 약간의 즐거움을 찾았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직원들은 맥주, 와인, 닭날개 등을 먹고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는 시간을 갖는다. 러드닉은 “훌륭한 인력을 구하기 위한 시장의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하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들을 위해 근사한 일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익사이트@홈에서조차 20대였던 직원들이 30~40대가 되자 특전의 내용이 바뀌고 있다. 2중 나선 미끄럼틀, 인공암벽, 롤러 하키장, 체육관 등에 이어, 젖먹이 유아방을 추가하고 사무실내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무실내 킥복싱 수업으로 달려가기 전 러드닉은 “이런 기업들을 시작한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성인이 돼,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게 됐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오락을 원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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