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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대학생 사글세 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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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직장인 진성민(40)씨는 요즘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두 달 전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사 갈 집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그가 세 들어 사는 서울 성산동 시영아파트의 전셋값은 최근 6년간 1억원 안팎에서 1억4000만~1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보증금 6000만원, 월 20만원이던 월세도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으로 뛰었다. “봉급은 그대로인데 월세 부담이 너무 커져 살기가 고달프다”는 게 진씨의 하소연이다.

 기숙사에서 지내던 대학생 정동수(25)씨는 보름째 학교 선배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지하철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부근에서 원룸을 찾지만 조건을 맞추기가 보통 까다롭지 않다. 불과 1년여 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던 시세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이 됐다.

 ‘사글세 난민’으로 내몰리는 서민과 대학생이 늘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이어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월세마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세는 평균 2.6% 상승했다. 1996년(3%)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90년대 초반까지 해마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던 월셋값은 2000년대 들어 많아야 2%가량 오르며 안정세를 보여 왔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전세금 부담을 못 이긴 중하위 가계가 월세로 옮겨감에 따라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올랐다”며 “올해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셋값 상승의 부담은 소득이 적고 나이가 젊을수록 무겁다. 국토해양부의 수도권 월세동향 조사를 보면 방 수가 적을수록 월세 오름세가 가팔랐다. 원룸 월세는 지난해 평균 3.9% 치솟았다. 이에 비해 방 두 개(투룸)는 2.8%, 방 세 개(스리룸)는 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1%)보다 경기도(5.6%)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현주 기자

월세 상승률 15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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