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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전 한빛은행장, 이수길 발탁했더니 욕 바가지 뒤집어 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김진만(70) 전 한빛은행장은 “주변 만류를 뿌리치고 한빛을 맡았는데, 결과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우리은행에 2차 공적자금이 투입된 2003년, “부실을 책임지라”는 은행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도 당했다.

 -공적자금이 적었나.

 “사실 처음엔 ‘한 2조원 모자라긴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빛은행 이익이 한 해에 1조원이 넘었다. 해외 자금 조달까지 감안해 ‘2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우 사태가 벌어지면서 부실을 감당할 수가 없어졌다. 그래도 2차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게 은행을 살렸다. 당시 ‘괜찮다’고 버텼던 조흥·외환은행은 다 넘어가지 않았나.”

 -합병 후 조직 융합이 안 돼 잡음이 많았다.

 “대등 합병이 더 어렵다. 주도하는 쪽이 없으니 서로 먹히지 않으려고 기싸움이 심했다. 밖에서 보면 어떨지 몰라도 결국 나중엔 잘 융화됐다고 본다.”

 -현재의 우리은행은 어떻게 보나.

 “민영화가 안 된 건 모두 정부 잘못이다. 미국이 씨티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거 봐라. 자금을 넉넉히 넣고 정상화되자마자 회수하잖나. 우리는 찔끔찔끔 넣어서 정상화도 빨리 안 되고, 자금도 10년 동안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행장 취임하며 이수길 부행장, 이팔성 한빛증권 사장을 임명했는데.

 “퇴직 임원 중 영업에 밝은 이를 하나 쓰고 싶어 추천받은 이가 이팔성 현 우리금융 회장이다. 그 전엔 잘 몰랐다. 이수길 부행장은 한국종합금융에서 가깝게 일하던 시람이라 수족처럼 쓰고 싶어 발탁했다. 이헌재 위원장이 ‘나랑 대학 동기다’ 하고 펄쩍 뛰는 걸 ‘내가 책임지겠다’고 앉혔는데 욕을 엄청 먹었다. 인사만 하면 의심하니 웃긴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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