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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창업하면 세금 면제해 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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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한 것 같다. 어떤 이는 만사 다 제쳐놓고 사회운동가로 나선다. 또 어떤 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정치지도자가 돼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또 어떤 이는 그 문제를 사업 기회로 활용해 창업을 하고 기업가의 길을 나선다. 모두 다 남을 돕기 위해서라는 면에서는 똑같은데 사회운동가와 정치인에 비해 기업가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익만 추구하지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하기 때문이거나 상대적인 빈곤감으로 인한 질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기업가의 사회문제 해결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는 미국에 유학해 경제학 박사를 딴 후 모국인 방글라데시로 돌아와 가난한 여성들에게 소액으로 신용대출을 하는 그라민은행을 창업했다. 금융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극빈자에게 신용대출을 제공해 수백만 명의 극빈자가 가난을 극복하는 데 공헌했고 2006년에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빌 게이츠는 1975년에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의 민주화를 실현했다. 그로 인해 그는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3년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헨리 포드는 15세에 학업을 중단하고 기계공으로 일하면서 실력을 쌓은 후 나이 마흔에 10만 달러로 포드자동차회사를 설립해 자동차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자동차 왕이 됐다.

 위 세 영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벌었다. 만일 사회운동가와 정치인이 해결사로 나섰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사회운동가들은 자선이나 기부, 나아가 사회적 기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일부 정치인은 세금을 더 걷어 정부가 해결하게끔 시도하고 있다. 모두 다 이타심을 갖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어서 존경심이 우러나오기는 하지만 그 실효성에는 상당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사회문제를 기업가들이 해결한 사례가 있다.

1960년에 우리나라는 유엔에 등록된 89개의 나라 중에서 둘째로 못사는 국가였다. 지난 60년 동안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른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많은 사회문제가 해결됐다. 어느 정도의 공은 우리나라의 훌륭한 기업가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부작용도 많이 발생했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확실하게 해결됐다. 이를 근거로 세계적 석학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이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오늘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사회현상도 다시 한 번 기업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전에 처리해야 할 걸림돌이 있다. 기업가에 대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첫째이고, 기업을 새로 창업하기가 어렵고 견실한 기업으로 키워내기가 만만찮은 현실 또한 걸림돌이다.

 1960년대는 아마도 지금보다 상황이 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정치 독재자가 나서 다 해결해 줬기 때문에 소수의 선택된 기업가들은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재벌이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후원자가 없어졌다. 단지 재벌이 만들어낸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기업가를 욕하는 사회현상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는 온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기업가가 문제해결사라는 걸 온 국민이 깨닫고 이들을 적극 후원해야 한다. 청년실업자들과 ‘사오정’(45세 정년퇴직)으로 고민하는 샐러리맨과 정년퇴직자들이 용감하게 기업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후원하고 창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 창업 시 세금부터 받아내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훌륭한 일을 어렵사리 시작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정부가 등록세·주민세 등의 세금을 거둬가는 게 말이 되는가. 독재자 대신 국민이 나서 이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게 후원한다면 다음 세대의 기업가들은 세계의 갑부가 되면서 동시에 국민의 존경도 받는 영웅이 될 것이다.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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