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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서울시 교통요금 인상, 지자체 연쇄효과 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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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박재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마저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면 자기 책임의 원칙이 허물어져 나라 살림 꾸리기가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또 표심(票心)을 겨냥해 정치권이 쏟아내고 있는 공약을 재정당국이 심층 분석해 여야 정당이 좀 더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장관은 3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요금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이라며 “수차례 서울시에 이견을 전달했지만 인상이 이뤄져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서울시는 대중교통요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서울시가 25일부터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150원(17%) 인상하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0.1%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물가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장벽에 부닥친 셈이다. 이에 박 장관은 “서울시 교통요금 인상이 연초부터 물가 불안심리를 자극해 다른 지자체에 연쇄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보전 비용 등으로 8000억원의 국비 지원을 정부에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모든 비용을 중앙정부에 떠넘기려는 발상은 이제 바꿔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대학에는 등록금을 더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전국 337개 대학 중 219곳은 평균 4.3%씩 등록금을 내리기로 결정한 상태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도 이날 시·도경제협의회에서 각 지자체에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 서울시는 불참했다. 신 차관은 “지자체 협조 없이는 물가 안정이 어렵다”며 “지방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경영 효율화로 흡수하고, 불가피하면 인상률을 되도록 낮추거나 인상 시기를 분산시켜 달라”고 말했다.

 한편 박재완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모두 국가 경영의 책임을 나눠서 지고 있으므로 물가 안정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역시는 물론이고 광역도까지 중앙정부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게 되면 지방자치가 자칫 실종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며 “법률에 근거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최근 복지 확대, 기업개혁, 증세 등과 관련해 봇물처럼 정제되지 않은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며 “모든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정부 만능주의’의 환상을 초래할까 걱정이 앞선다”며 “정부의 역할은 민간이 창의와 자유를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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