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쇼핑몰 창업, 중고차 수출 … 70대도 청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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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창업센터에 입주하는 윤영석 할머니가 31일 자신이 만든 누비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엘림마트. 49.5㎡가량의 매장에 가방과 신발, 비누 등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입니다.” 윤영석(73) 할머니가 가방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직접 만든 누비가방이다. “가격이 5000~6000원밖에 안 돼요. 거기다 가볍고 주머니도 많아 여자분들이 좋아하죠.”

 가방 자랑에 여념이 없는 윤 할머니의 전직은 어린이집 교사다. 한때 중랑구 면목동에서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적적함을 달래볼 요량으로 종로구에 가방과 신발 등을 파는 매장을 열었다. 주로 외부에서 물품을 떼어다 팔았다. 그러면서 6년 전부터 취미로 배워 만든 누비가방을 간간이 내놓았다. 처음엔 미싱질이 서툴러 가방 한 개 만드는 데 사나흘씩 걸렸지만 지금은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그런데 이 누비가방을 써본 고객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이젠 매장 내 최고 인기 상품이 됐다. 100여 개씩 단체주문도 들어온다.

 윤 할머니는 내친김에 인터넷쇼핑몰 창업에 도전하려 한다. 허브비누도 만들어 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한다. 윤 할머니는 “자식들은 ‘일흔이 넘어서 무슨 창업이냐’고 하는데 배움과 창업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40대 이상 장년층의 창업 준비를 도와주는 장년창업센터가 1일 2기 교육을 시작한다. 장년창업센터는 지난해 8월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후관동에 문을 열었다. 예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사무실 제공은 물론 제품 개발 노하우, 마케팅·홍보 등 업종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지난해 입주한 1기생 250명 중 88명이 창업에 성공해 총 9억2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대부분 1인 기업이지만 사업영역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계약을 맺은 기업도 있을 정도다.

 2기 예비 CEO들은 모두 231명(남성 188명, 여성 43명)이다. 40~50대가 가장 많지만 60대와 70대가 각각 44명, 4명이나 됐다.

 중고 자동차 수출을 창업 아이템으로 계획하고 있는 이봉기(72) 할아버지는 “나이는 70이 넘었지만 건강이나 정신은 아직 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도 우리 자동차의 성능을 높이 쳐주기 때문에 중고 자동차 수출이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입주자들은 앞으로 6개월간 창업활동 공간을 제공받고 업종별 맞춤형 창업교육도 이수한다.

 권혁소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노령화 등으로 장년층들의 창업 욕구가 크다”며 “체계적인 지원으로 성공한 장년 CEO를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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