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이따가 볼까, 있다가 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2면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 모임을 하기로 한 김모씨. 전화통화로 친구와 “난 20분 정도 있다가 끝날 것 같으니까 너희 먼저 만나고 있어” “그럼 이따가 7시에 그곳에서 만나” 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처럼 ‘조금 뒤에 만나자’는 의미로 “이따가/있다가 만나”라고 말하곤 한다. 이 경우 ‘이따가’와 ‘있다가’ 중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일까.

 ‘이따가’는 ‘있다가’를 소리 나는 대로 쓴 잘못된 표현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따가’와 ‘있다가’는 모두 표준어로, 두 단어의 의미가 다르므로 구별해 써야 한다.

 ‘이따가’는 ‘조금 지난 후에, 나중에’란 뜻을 지닌 낱말로 “이따가 보자” “이따가 단둘이 만나자”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있다가’는 ‘상태를 유지하다, 시간이 경과하다, 시공간적으로 존재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 ‘있다’의 어간 ‘있-’에 ‘어떤 동작이나 상태가 중단되고 다른 동작이나 상태로 바뀜’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다가’가 붙어 이루어진 말이다. “고향 집에 며칠 더 있다가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다” “온 김에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따가’가 부사로서 용언을 수식하는 역할을 하고 서술의 의미가 없는 데 비해 ‘있다가’는 서술어로 쓰인다.

 ‘이따가’와 ‘있다가’를 좀 더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이따가’와 ‘이따’가 같은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따가’를 ‘이따’로 바꿔 의미가 통하면 ‘이따가’를 쓰면 된다. ‘있다’의 의미가 살아 있는 경우엔 ‘있다가’를 쓰면 된다.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