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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이 건설업체의 근심꺼리?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중견건설업체들에게 요즘 근심꺼리가 하나 더 생겼다. 주택·건설경기 위축으로 가뜩이나 먹거리가 많이 줄었는데 골프장 회원권 가격까지 크게 떨어진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떨어진 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사정은 이렇다.

주택경기가 호황이던 2006년 이후 중견건설업체들은 골프장 사업에 속속 뛰어들었다. 골프 인구가 계속 늘면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재테크 수단이 되는 등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민영주택으로 확대하는 등 주택시장을 움켜 쥐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필요성도 커지던 시기였다.

리스크가 커진 주택사업 비중은 줄이는 대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건설업체들은 물론 지방의 크고 작은 건설업체들까지 앞다퉈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2006년 전후로 앞다퉈 골프장 사업

실제로 2007년에만 우남건설·동부건설·대주건설·성원건설·태왕·금강종합건설·동광종합건설·남광건설산업 등이 골프장을 개장했다. 2008년에도 임광토건·동문건설·부영 등이 줄줄이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계속된 경기 침체에다 지속적으로 늘어난 골프장 등으로 회원권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골프장 회원권 평균가격(117개 기준)은 5년 전보다 53% 떨어졌다.

실제로 경기 가평베네스트와 남촌의 회원권 값은 7억원대로 2007년(17억~19억원)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13억원이 넘던 렉스필드 회원권은 5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회원권은 골프장 입장에서는 일종의 부채다. 주택으로 보면 전세보증금 같은 개념이다. 회원권은 소유자가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지만 일정기간 거치기간이 지난 뒤 회원들이 입회금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줘야 한다.

가령 5억원을 주고 산 회원권 가격이 3억원이 됐다면, 3억원에 내다 파는 게 아니라 거치기간이 지난 뒤 골프장에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골프 업계에 따르면 거치기간은 대개 5년이다. 하필이면 5년 전은 건설업체들이 골프장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던 시기다. 골프 업계는 올해 회원권 입회금 만기 도래액이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 때문에 골프 업계는 올해 환매 대란을 겪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중견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뛰어들었던 골프장 사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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