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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감기약 수퍼 판매, 소비자 이익이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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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감기약을 비롯한 일부 의약품의 수퍼 판매가 그 키를 쥐고 있는 대한약사회 일부 회원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애초 약사회 집행부는 지난달 22일 심야영업을 하는 편의점 판매를 조건으로 일부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뜻을 밝히고 보건복지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회원이 반대하는 바람에 26일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었는데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찬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회가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가능하게 해 줄 약사법 개정안을 2월까지 통과시킬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는 국민의 83%가 찬성한다. 소비자인 국민이 그만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약사회 집행부의 지난달 결정도 이를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국민 상당수는 약국이 문 닫는 심야시간대나 휴일에 간단한 의약품을 제때 구하지 못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국들이 당번제를 해도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그렇다고 약사들에게 무리하게 심야나 휴일근무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래서 휴일 없이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 등에 제한된 품목의 가정상비약 판매를 맡기자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약사회 일부 회원은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성을 문제 삼아 약국 외 판매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약국 외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은 안전성이 상당히 확보된 일부 품목에 국한하면서 약국 판매용과 달리 저용량 소포장으로 출시해 오·남용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방안도 있다.

 일부에선 심야 취약시간대 문제는 공공의료 확충 등 다른 방법으로 풀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화효소제 한두 알이면 될 가벼운 소화불량 환자를 진료비도 비싼 심야응급실로 보낼 순 없다. 심야에 문 닫은 약국 대신 찾아가라고 거액의 세금을 들여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자칫 국민 불편을 나 몰라라 하는 공급자 편의적인 발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회 회원들은 의약품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