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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법정 소송의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칩 제조사간 법정 공방전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가 칩 메모리 제조사인 램버스사(Rambus)를 상대로 법정 투쟁에 나선 것이다.

ZDNet News에 실린 마이크론(Micron)사의 법정 소송에 대한 지난 주 기사에서는 램버스가 인파인온(Infineon)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지 며칠 후 마이크론의 CEO인 스티브 애플턴이 램버스의 한 대표로부터, 다음 달에 서로 만나서 특허 문제, 그 중에서도 램버스의 SDRAM(Synchronous DRAM) 특허권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자고 요청하는 내용의 e-메일을 받았다고 적고 있다.

마이크론측은 램버스가 JEDEC(Joint Electronic Device Engineering Council)에 합류한 것은 ‘SDRAM과 관련된 특허를 새로 출원할 때는 이에 대해 해당 협회의 모든 회원사들에게 고지하겠다’고 묵시적으로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론은 램버스가 소송을 제기한 인파인온을 비롯한 기타 SDRAM 제조사에게 고지한 것이라고는 이번 소송에서 집중 조명되고 있는 특허권에 대해 협상불가 조건의 라이선스를 주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램버스가 JEDEC 측에 먼저 통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SDRAM에 대한 특허를 신청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JEDEC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반도체 업계의 표준(SDRAM 등)을 제정하는 단체다.

JEDEC 합류

마이크론은 그러한 특허권을 무효 혹은 시행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램버스가 JEDEC에 합류했기 때문에 협회 회원사들이 표준의 일부로 사용되는 특허에 대해 아무 수정이 없는 상태에서 차별 없는 조건으로 다른 JEDEC의 회원사들에게도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램버스는 SDRAM 기술과 SDRAM 시장을 독점하려고 공개적인 표준화 과정을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번 소송에서 제기된 부분이다.

마이크론은 법원측에 램버스가 관련 특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마이크론측에게 로열티가 없는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사가 DDR DRAM을 지원하게 된 것으로 인해 램버스의 타깃이 됐다고 주장했다. DDR DRAM은 SDRAM 기술의 후속타로, RDRAM(Rambus Direct RAM) 메모리 기술과 경쟁하고 있다.

DDR DRAM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

이번 소송에서는 또한 “마이크론은 DDR DRAM 메모리 제품들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램버스는 DDR DRAM이 자사의 RDRAM 기술과 경쟁하게 될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램버스는 RDRAM의 라이벌이 될만한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할 목적으로 DDR DRAM에 대해서 더 많은 로열티를 부가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DDR DRAM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에 램버스가 제기한 특허 소송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이번 소송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용이다.

램버스는 3주내로 마이크론의 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마이크론의 임원들은 말한다. 이번 소송이 조기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에는 답변서가 제출된 후에 증거 수집을 위한 일정과 함께 소송 일정도 정해질 것이다.

존스는 이번 소송이 매우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램버스는 현재 소송을 무기로 내세웠던 자사 방식에 대한 법적인 반격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Hyundai Electronics America)와 이 회사의 모기업인 현대산업(Hyundai Industries)도 램버스를 제소했다. 현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반독점 소송으로 램버스를 공격한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현대는 이번 소송을 통해 램버스사의 칩 메모리 특허가 무효이며 시행력이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얻어내려고 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마이크론은 이보다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마이크론은 다른 사항 이외에도, 램버스가 미국내 SDRAM 시장을 독점해왔으며 앞으로는 그러한 행동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결을 얻어내고자 한다.

마이크론은 이번 소송에서 램버스(나스닥:RMBS)가 미 연방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론(뉴욕증시:MU)은 램버스의 일부 특허가 무효이거나 시행력이 없다는 것 이외에, 계약 위반과 사기행위로도 램버스를 제소했다.

이 두 가지 소송은 램버스가 일부 SDRAM(synchronous dynamic RAM) 기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반기를 들고 있다. 램버스는 현재 모든 수익을 SDRAM 등의 메모리 기술 라이선스를 통해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소송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

특허와 로열티를 둘러싼 분쟁

마이크론은 또한 램버스사가 제소장에 열거돼 있는 특허권을 시행하지 못한다는 판결과 함께, 해당 특허권들에 대해 로열티가 없는 라이선스를 제공하라는 판결을 얻어내고자 한다. 현대 역시 같은 판결과 로열티 없는 라이선스 제공을 얻어낼 목적이다. 더구나 마이크론사는 손해배상, 변호사 선임비, 소송비용까지 얻어내려 한다.

현대는 이번 소송을 통해 램버스의 일부 칩 메모리 특허권이 무효이며 시행력이 없다는 판결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램버스는 두 소송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혼신을 다해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지킬 것이라고 선포했다. 램버스는 현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답변으로 발표한 성명서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램버스사는 현대측과 함께 SDRAM과 DDR(Double Data Rate) SDRAM에 대한 램버스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주는 것에 대한 협상에 들어갔었다. 램버스가 우호적인 협상과 조정 과정을 거친 것과 달리, 현대는 갑작스레 소송을 제기해옴으로써 대화 자체를 차단시켰다. 램버스는 현대의 주장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중이다. 램버스는 이번 소송에서 이길 것이고, 분명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램버스는 화요일에 마이크론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램버스는 SDRAM과 DDR SDRAM에 대한 램버스의 지적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주는 것에 대해 마이크론과 협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마이크론은 협상이 아니라 소송을 택했다. 램버스는 현재 마이크론의 주장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중이다. 램버스사는 이번 소송에서 이길 것이고, 분명 자사의 지적 재산권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램버스는 지금까지 법률 제도를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이용해 왔다. 이 회사는 특허권을 시행하면서 히다찌(Hitachi; 결국 이 회사로부터 합의안을 얻어냈다)와 인파인온 테크놀로지(Infineon Technologies)를 제소한 바 있다. 그리고 도시바(Toshiba)와 오키 일렉트릭(Oki Electric)을 상대로 SDRAM과 DDR SDRAM에 대한 자사 특허권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가 협의안을 얻어냈다. 인파인온사와의 소송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다른 회사들은 램버스사와 협의하는 쪽을 택한 반면, 마이크론과 현대는 이번 기회에 램버스를 완전히 제압할 것이 목적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램버스가 미 연방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과, 램버스의 특허권 가운데 일부는 무효거나 시행력이 없다는 점”이라고, 마이크론사의 대변인 그랜트 존스는 말하며 “램버스의 전적을 봤을 때, 우리는 이것이 정말로 최선의 조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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