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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제 젊은 과학자’뽑힌 서울대 약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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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8월 서울대 약대 실험실에서 오동찬 교수가 생리활성물질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 분리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25일 서울대 약대 연구실. 흰 가운을 입은 오동찬(39) 교수가 플라스크를 가리키며 기자에게 “아름답죠?”라고 물었다. 현미경으로 본 플라스크 안에는 작은 미생물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전남 신안에 있는 염전에 가서 구한 미생물”이라며 “밤잠을 안 자고 연구해도 즐겁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미국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HHMI)의 ‘국제 젊은 과학자’로 선정됐다. HHMI의 국제 젊은 과학자는 노벨상 급 연구자들도 영예롭게 여기는 자리다. 전 세계에서 760명이 지원해 28명이 뽑혔는데, 그가 포함된 것이다. 5년간 71만5000달러의 지원을 받게 된다.

 HHMI는 항공재벌이자 영화제작자였던 하워드 휴스(Howard Hughes·1905~76)가 1953년 과학 발전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지금까지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강박장애를 가진 어머니의 영향으로 평생 세균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았던 그는 수백만 달러를 들여 이 연구소를 세웠다. 그의 일생을 그린 영화 ‘에비에이터’에도 휴스의 아역을 맡은 소년이 “quarantine(멸균)”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 교수는 약학과는 무관한 해양학으로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캘리포니아 주립대 스크립스 해양과학연구소에서 약의 원료 물질을 만드는 해양 박테리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뒤 2009년 서울대 약대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해양학을 전공한 것이 약학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남들이 연구하지 않는 해저 미생물이나 염전 연구를 통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람 운도 있었다. 스크립스 연구소에서는 해양미생물 분야의 대가인 윌리엄 페니컬 교수의 지도를 받았고 하버드 의대에서는 곤충 미생물 연구의 일인자인 존 클라비 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다. 그는 “최고의 교수진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밤샘 연구를 하는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요즘 오 교수의 연구 대상은 곤충과 공생하는 미생물이다. 그는 “항진균(곰팡이) 같은 항(抗)박테리아 연구로 장기이식의 거부반응을 막는 항생제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니실린 등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상황에서 새로운 물질을 찾는 것이 학계의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HHMI처럼 과학자의 가능성을 보고 연구를 지원해줘야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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